- 현 시장 연임으로 갈등 예고

경남 진주와 서울시 간의 등축제 갈등(본지 지난해 7월 3일 자 12면 등 보도)이 올해도 재연될 조짐이다. 서울시 측이 올해 축제 계획을 확정하면서 두 도시 간에 합의됐던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또 한 번 마찰이 우려된다.

8일 진주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4 서울등축제'(가칭)를 오는 11월 7일부터 23일까지 열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 주제는 '한국의 세계 유산'이며 장소는 청계광장에서 세운교까지 1.5㎞ 구간이다.

축제는 서울시 주제등, 타 지역 자치단체 및 세계유산등, 진주시 및 국내외 초청등,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으로 꾸며진다. 서울시는 이번 축제에 국내외에서 270만 명가량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주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서울등축제라는 이름에서 '등'자를 빼기로 한 합의를 무시하고 올해에도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앞서 두 도시는 등축제를 두고 갈등이 깊어지자 상생을 위해 지난해 11월 '축제발전 협력서'를 공문으로 교환한 바 있다. 이 협력서에서 서울시는 앞으로 서울등축제 명칭 변경과 진주 남강유등축제와 차별화되는 주제와 내용으로 관련 행사를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확정한 계획안에는 가칭이라고 전제는 달았지만 행사 이름은 '서울등축제'로 표기했다.

서울시는 한국 방문의 해(2010∼2012년) 기간 한시적으로 등축제를 열기로 했다가 방문객들의 호평이 이어지자 연례행사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진주시 측은 서울등축제가 남강유등축제의 모방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진주를 비롯한 부산·경남지역 시민단체 등이 서울시의 자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고 상경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우리는 처음부터 서울등축제 폐지를 주장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서울시가 '등'자를 뻬고 행사를 하기로 합의를 했다"며 "서울시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이 문제에 대해 서울시의 공식 입장을 요구할 방침이다.

일부에서는 서울등축제의 백지화를 촉구했던 이창희 진주시장과 축제를 강행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끝난 지방선거에서 나란히 연임됨에 따라 양 도시의 강경 방침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이 시장은 자치단체장 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등축제 반대 1인 시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