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 채용 잠정합의안이 울산지회를 제외한 전주·아산지회만의 찬반투표로 치러지는 진통 끝에 가결됐다.  정규직 채용 인원을 기존 합의보다 늘리는 한편 시기도 앞당긴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울산지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현대차 전주·아산 비정규직 노조는 19일 '정규직 채용 잠정 합의안'을 놓고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 투표자 429명 가운데 가결 기준인 과반수를 넘는 66.2%(284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앞서 비정규직 노조는 전날 울산공장에서 현대차와 정규직 노조 등 3자가 참가한 가운데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전원 정규직 채용'을 주장해 온 울산지회는 합의장에 불참했다. 하지만 합의안은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합의안은 2012년 당시 비정규직 3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에다 500명을 추가하고, 시기도 당초보다 1년을 앞당겨 2015년 말까지 채용하기로 했다. 또 비정규직의 기존 근속기간을 3분 1가량 인정해 특별채용하고 이에 따라 자녀 학자금, 경조금, 연차유급휴가, 근속수당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노사는 쌍방 간 제기한 각종 소송을 취하하고, 해고자는 경중에 따라 소속 하청사로 복직하도록 한 뒤 정규직 전환 기회를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노동계는 대기업이 비정규직 노조를 협상의 당사자로 인정한 뒤 상호간 의견조율을 거쳐 합의안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울산지역의 다른 사업장 및 전국의 대기업에도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울산지회가 합의 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고려할 때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보는 시각도 있다. 울산지회가 끝까지 이 합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사안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측이 2012년 이후 순차적으로 2000여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이미 채용한 상태여서 이번 합의로 2000여 명이 추가 채용되더라도 3300여 명이 남게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현대차 비정규직 근로자는 울산공장 4000여 명, 전주·아산공장 1500여 명 등 총 550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