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조 "교사 선정권 부정한 것"
- 교육부 "순위 대신 의견 받는다"
교육부가 일선 학교의 교과서 선정 시 교사들의 추천 순위를 올리지 말도록 관련 매뉴얼을 개정한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특정 교과서를 의식한 조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 8월 각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에 보낸 '교과용 도서 선정절차 매뉴얼'을 보면 교과 교사들의 순위 추천권이 빠졌다.
기존 교과서 선정 절차는 해당 교과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협의회에서 교과서 후보군의 순위를 매겨 3배수로 추천하면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서 다시 순위를 결정한 뒤 학교장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올해 배포된 매뉴얼에서는 교사들이 후보군을 추천할 때 순위를 정하지 않고 3배수만 학운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럴 경우, 전문지식이 없는 학운위가 학교장이 원하는 교과서를 추천할 가능성이 커져 교사의 교과서 선정권이 무시될 소지도 크다.
또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 선정 결과를 교과서 주문 이후에 공개하도록 한 데 이어 최근에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교과서 선정 번복 시 학운위 의결정족수를 기존 과반수 찬성에서 3분의 2 찬성으로 강화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일련의 조처가 올해 초 우편향 논란을 빚은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통해 "교육부의 매뉴얼 변경은 교사들의 교과서 선정권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며 "학운위의 교과서 심의는 교과서 선정 과정에 외압이나 청탁이 없었는지를 감시하도록 한 것이지 교과서를 직접 선정하라는 취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운위가 학교별 여건과 특성 등을 고려해 심의할 수 있도록 추천 시 순위를 정하지 않도록 했다"면서 "교과 교사들이 학운위에 교과서별로 추천 의견을 내도록 하고 있어 교사들의 선정권이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부산지역 A고 교장도 "교과협의회에서 추천한 교과서는 수십종의 교과서 중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책이어서 무순위로 추천한다 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면서 "학운위도 이미 검증을 마친 책이라는 전제 아래 교과서 내용보다는 재질이나 구성 등 외형을 주로 보기 때문에 특정 교과서 밀어주기는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