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3개 동 건설등 정비 예정
- 주민센터도 부전1동으로 통합

휘황찬란하던 붉은 불빛은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10일 오후 한때 부산의 대표적인 집창촌이었던 부산 부산진구 범전동 300번지(이하 300번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썰렁했다. 인근을 걸어가던 50대 남성은 "평소에는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사라져 버리니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범전동 '300번지'가 사라졌다. 300번지는 하야리아 부대의 기치촌으로 6·25이후 생겨났다. 한때는 200곳이 넘는 업소가 성업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완월동, 해운대 609번지와 함께 부산의 3대 집창촌으로 꼽히는 곳이었다. 하지만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대대적인 단속으로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한 건설업체가 벌인 재개발사업은 300번지가 사라지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2004년 처음 시작된 재개발 사업은 중단되고, 다른 업체가 주상복합 아파트 건설을 진행 중이다. 더욱이 주변에 시민공원과 송상현광장 등이 들어서게 되자 300번지는 점점 자리를 잃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까지도 네댓 곳의 업소가 영업 중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소멸한 상태"라며 "사라진 300번지 터에는 지상 58층·지하6층 규모의 아파트 3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거 300번지는 범전동의 중심이었다. 한때는 집창촌 인근에 포장마차, 미용실, 주점 등 다양한 업종이 몰려들어 큰 호황을 맞았다. 300번지에서 2대에 걸쳐 업소를 운영했다는 A 씨는 "1990년대에는 손님도 엄청나게 많고, 300번지 일대에서 일하는 여성만 600명이 넘었다"며 "사실상 300번지가 있었기 때문에 범전동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 집창촌의 나쁜 이미지를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환영하는 주민이 상당수다. 범전동 주민 김모 씨는 "이전에는 이곳에 산다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정비가 되면 시민공원을 낀 부산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분위기 속에서 300번지가 위치했던 범전동 주민센터 또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음 달 1일 기존의 범전동 주민센터는 부전1동 주민센터에 통합된다. 부산진구 문병숙 자치행정담당은 "범전동의 법적 지위는 남겠지만, 행정 관련 업무는 부전1동 주민센터로 통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