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 인상 앞두고 품귀현상까지

- 한 갑 판매 시비로 폭행 사건도

애연가 임동욱(36) 씨는 요즘 담배와 전쟁 중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15년간 담배를 피워왔지만, 내년부터 담배를 끊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점차 흡연량을 줄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전자담배도 구입했다. 임 씨는 "그동안 담뱃값이 아무리 올라도 아랑곳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끊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는 데다 단계적으로 시행하던 음식점(60만 개)과 커피숍의 금연구역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면서 애연가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모든 음식점과 커피숍으로 금연 구역을 확대한다고 15일 밝혔다. 또한, 카페나 음식점의 흡연석이 완전히 폐지되고 영업 행위와 상관없는 흡연실만 설치할 수 있다. 내년부터 가게 안에서 커피나 음식을 앞에 두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볼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업주에게는 170만 원, 이용자에게는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카페베네 등 커피 전문점은 이미 이달 초 '흡연실을 둘 경우 밀폐된 흡연실을 영업 공간과 분리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국 920개 가맹점에 보냈다. 

전자담배에도 일반 연초와 똑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원래 금연구역에서는 전자담배도 피우지 못하게 되어 있었는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은 또 있다. 내년부터 담뱃값이 2000원 오른다는 소식에 일부 소매점은 담배를 갖고 있어도 아예 팔지 않는 경우도 많다. 20년 넘게 담배를 피워 온 박모(45) 씨는 "지난 주말 즐겨 피우던 담배를 사기 위해 30분 넘게 동네를 돌아다녔다"며 "가게에선 공급이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말이 안 되는 소리 아니냐"라고 말했다. 부산 중구 깡통시장의 한 상점에서는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지난달 여야 합의 이후 담배 공급량이 점점 줄었다"고 주장했다. 

담배 한정 판매로 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15일 "담배를 왜 한 갑밖에 팔지 않느냐"며 슈퍼마켓 종업원을 때린 혐의(폭행)로 김모(53) 씨를 불구속입건했다.

애연가들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면서 이번 기회에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부산진구 보건소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 논의 이전에는 하루에 15~20명 정도가 금연클리닉을 찾아왔었는데 담뱃값 인상 방침 이후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 등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부산 금정구 서동 H당구장 대표 송모(34) 씨는 "흡연자들이 당구대 위에 담배를 올려놓아 자국이 남는 것은 싫지만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손님이 떨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