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대림차노조 지회장이 지난 29일 대림차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사측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부분 생계위해 일용직 전전

경남 창원·울산지역 해고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사측이 법원의 해고 무효 및 정규직 인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복직과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원 대림자동차 해고 노동자 12명은 지난 24일 대법원으로부터 해고 무효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10년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만이다. 사측은 그러나 이들의 복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이들은 경제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1월 해고됐다. 당시 사측은 인사고과 평점 원칙을 무시한 채 개인별 등위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고자를 선정했다. 그 결과 전·현직 노조간부 등이 해고자에 대거 포함돼 해고 무효 소송이 시작됐다.

창원 한국센트랄 해고 노동자 4명도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에서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승소 판결을 받았다. 불법 파업 등 이유로 노동자들을 해고한 사측 행위의 부당성을 거듭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노동자들은 "1, 2심 법원과 지방노동위원회가 해고 무효를 인정해 대법원에서도 우리의 승소가 확실시되는데도 굳이 상고해 우리를 경제적 정신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사측과 소송을 진행하면서 건설 현장의 일용 노동자로 전전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왔다. 일부는 자영업을 하다 퇴직금을 모두 날리고 수천만 원의 빚까지 지기도 했다. 해고자인 이경수 대림차노조 지회장은 "대법원 복직 판결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는 것은 법치를 거스르는 한국 기업윤리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로부터 정규직 인정을 받은 현대차 비정규직 900여 명도 사측의 거부로 정규직 전환이 늦어지고 있다. 사측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고용 의제 위헌 청구'에 대한 판결이 나와야 정규직 인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측이 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정규직 전환을 미루는 것을 보면서 절망감을 느낀다. 회사가 비정규직의 설움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럴 수는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