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이 공식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권 청장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허리를 5차례 숙였다. 부산경찰청제공

부하 직원에 대한 상습적인 막말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이 고개를 숙였다.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은 9일 오전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공식사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권 청장은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저의 언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고쳐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5차례나 허리를 숙인 권 청장은 "경찰을 믿고 사랑해주신시민께도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권 청장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 때도 총경과 경정급 간부들에게 그간의 언행에 대해 잘못했다며 사과했다.

앞서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간부 경찰관들에게 수차례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고, 총경급 해당 경찰 간부는 지난 7일 공식적인 해명까지 요구하는 등 논란이 커졌다. 경북경찰청장으로 근무했던 지난해에도 심한 욕설로 직원들의 반발을 샀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동행하던 간부를 내리도록 지시하는 등 과거 언행까지 속속 알려졌다.

이에 경찰청은 권기선 부산경찰청장에 대해 '엄중 경고' 조치를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부산청장이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질책이 있었음을 확인했고, 부산청장도 이를 시인했다"고 말했다. '엄중 경고'는 행정상 공식 징계는 아니지만, 지휘관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경찰청장이 질책성 경고를 하는 것이라고 경찰청 측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경찰에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경찰로부터 보고받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경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시민단체도 논평을 내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새정연은 "권 청장이 부하 직원에게 상습적인 욕설과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전형적인 직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라며 "정부는 권 청장의 '갑질 횡포'에 대한 진상조사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인 활빈단도 지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권 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활빈단은 인권위에 진정서를, 강신명 경찰청장에는 전보 조치 등 인사조처를, 부산지검(대검찰청에 제출)에 권 청장을 모욕 모독 혐의 등으로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