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시의회 중심
- '교체 매뉴얼' 필요성 제기
- 市도 "특정감사 벌이겠다"

부산 서구는 지난해 11월 8억 원이 투입된 동대신사거리~구덕운동장 도로 정비공사를 하면서 멀쩡한 보도블록을 새 보도블록으로 교체했다. 부산시의회 경제문화위원회 최영규(중구) 의원은 당시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이 보도블록은 (교체 필요성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며 "준공도 하기 전에 은행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져 공사 전보다 더 더러워졌다"고 예산 낭비의 사례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젊음의 거리' 조성사업이 국가 공모에 당선돼 추진하는 사업으로, 단순 보도블록 교체가 아니라 지역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봐달라"고 말했다.

해마다 '팠다 덮었다'하는 보도블록 교체 공사가 남발되면서 '보도블록 교체 매뉴얼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시민사회단체와 부산시의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부산시도 보도블록 교체에 깐깐하게 대처하는 한편 특정감사 계획을 세우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부산시는 지자체의 잦은 보도블록 교체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보도블록 교체 공사에 대해 다 못쓰고 남은 불용예산 털기라거나 공무원과 업자 간 유착 때문이라는 시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멀쩡한 보도블록을 걷어내는 일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다. 최근 3년간 부산지역 16개 구·군에서 보도블록 교체에 투입된 예산은 126건에 141억7600만 원이나 됐다. 공사 규모도 보도블록 11만2200㎡, 도로경계석 3만2300m로 집계됐다. 걷어낸 보도블록과 경계석 폐기처분에만 7억4500만 원이 소요됐다.

보도블록 교체 예산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연말인 4분기 보도블록 공사 금지를 법제화하는 등의 표준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부산시의회 최영규 의원은 "보도블록과 도로경계석 교체 공사가 구·군에서 진행하더라도 시에서 도시 전체의 균형관리를 위해 연말 보도블록 교체를 제한하는 '보도블록 유지관리 표준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YMCA 김현정 시민사업담당 주임도 "시민 비판에도 관행처럼 벌여온 예산 낭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적용하거나 보도블록 교체 매뉴얼을 만들어 꼭 필요한 사업에 예산이 배정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보도블록 교체 예산을 해마다 줄이고 있으며 연말 연초의 보도블록 교체는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라며 "전문가를 통해 교체 여부도 깐깐하게 판단해 예산 낭비를 막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