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 부암고가교.

자성고가교 등 오랜 세월 부산 도심을 지키면서 상징물 역할까지 해왔던 대표적 다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부산시는 오는 4월부터 동구 범일동 자성고가교, 부산진구 부암동 부암고가교, 해운대구 중동 과선교 등 3개 다리에 대한 '철거 타당성 조사 용역'을 시행한다고 4일 밝혔다. 3억5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내년 2월까지 진행되는 용역에서 이들 명물 다리의 운명이 결정된다.

자성고가교는 1969년 부산 최초로 건설된 고가다리로, 경부선 철로 탓에 단절된 도심을 연결해 왔다. 1970년대 도심의 핵심 교통 인프라 역할도 했다. 하지만 지은 지 45년이 지나 노후가 심해지면서 안전에 문제가 생겼고, 유지·보수비용이 과도하게 들어 철거 대상에 포함됐다.

부산 시민에게 오랜 추억의 대상인 시내 도심 고가교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사진은 동구 자성고가교.

부산시민공원 가까이에 있는 부암고가교는 1992년 세워졌으며, 이곳 주민은 활용도가 떨어지고 주변 슬럼화가 심각하다며 그동안 꾸준히 철거를 요구해왔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점도 철거 이유에 포함됐다.

과선교는 비교적 최근인 1996년에 만들어졌다. 동해남부선 철로 때문에 끊긴 해운대구 좌동 신도시와 구도시 간 연결 역할을 하며 지역민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동해남부선이 폐선되면서 기능을 잃고 말았다.

시민과 애환을 함께해온 이 3개 다리는 철거가 확정되지는 아니지만, 최근의 교통 현실을 고려할 때 사실상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용역을 통해 고가다리 철거 이후 교통 흐름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를 진행하기로 했다.

해운대구 신도시 진입로인 과선교.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시 윤희면 도로관리팀장은 "예전의 도로 정책은 차가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보행자가 먼저이다 보니 고가다리를 점차 철거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 다리의 '나이'가 너무 많아 더는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것도 철거가 불가피한 사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