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한국전쟁으로 확산

- 보균 피란민 몰려들며 급속 증가
- 아직 국민 30%가량 잠복 감염자
- 북한선 10만 명 당 409명꼴 발병

② 노년층 많은 것도 원인

- 나이 들수록 면역력 떨어져
- 노인 인구 14% 달하는 부산
- 결핵 등 전염병에도 취약

결핵은 인류를 가장 오랫동안 괴롭힌 질병이다. 고대 인도에서는 '질병의 왕'으로 불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결핵환자는 900만 명에 달한다. 2013년 현재 국내에서는 3만6089명의 결핵 신환자가 발생해 2230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부산의 결핵 신환자는 2771명으로 서울(9262명) 경기(7523명)에 이어 3위였다. 인구 10만 명당 부산의 결핵 발생률은 2005년 86.9명에서 2013년 79.3명으로 감소했지만 다른 특별·광역시보다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시나리오별로 그 원인을 추적해봤다.

■한국전쟁이 결핵 증가 기폭제

	결핵환자가 여전히 많았던 1969년 9월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 주민들이 결핵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장면. 대한결핵협회 제공

결핵은 일제강점기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였다. 1932년 캐나다 선교사인 셔우드 홀은 결핵 치료자금을 모으기 위해 크리스마스실을 국내에 도입하기도 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가 쓴 '현대인의 탄생(이순)'은 1945~1953년 우리나라 질병을 다룬 보고서다. 1949년 정부는 한센병·결핵·성병을 3대 망국병으로 지목하고 실태를 발표했다. 한센병 환자는 4만 명에 1만4000명이 수용돼 있었다. 결핵 환자는 추산조차 못할 만큼 창궐한 상태였다.

학계에서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 우리나라 인구 2000만 명 중 6.5%인 130만 명을 결핵 환자로 추산했다. 1965년 처음 실시된 '결핵실태조사'에서 결핵 환자 비율은 전체 국민의 5.1%나 됐다. 0.1% 이하로 떨어진 요즘과는 비교조차 어렵다.

한국전쟁은 부산에 재앙이었다. 전국의 질병 보균자들이 밀려들었다. 결핵연구원 김희진 원장은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몰려들면서 결핵이 창궐했다. 당시 결핵균 잠복 감염자들이 면역력이 떨어진 노령인구로 접어들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결핵 예방을 위해 1962년부터 WHO의 지침에 따라 BCG(결핵 예방백신) 접종을 실시했다. 그래도 우리 국민의 30%에 해당하는 약 1500만 명이 여전히 잠복결핵 감염자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잠복 감염자의 실제 발병률은 10%대이다. 이 중 5%는 2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고 나머지 5%는 평생에 걸쳐서 발병한다. 부산의 잠복결핵 감염자 규모는 조사된 적이 없다.

전쟁을 겪은 북한도 결핵환자가 많다. 2012년 기준으로 북한 내 결핵 발병자는 인구 10만 명당 409명에 달한다. 환자의 30%는 전염성이 강한 도말양성환자로 알려져 있다. 대한결핵협회 정근 회장은 "북한은 환자 수에 비해 치료시설과 장비·약제가 턱없이 부족하다. 통일 전 충분한 결핵약 지원을 통해 북한의 환자 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령사회와 결핵

자식과 떨어져 홀로 사는 김모(64) 씨는 지난 2월 기침이 2주간 지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체중도 4㎏이 빠진 상태였다. 병명은 결핵. 온종합병원 이승훈 호흡기내과 과장은 "젊었을 때는 별 증상이 없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에 결핵이 발병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은 늙은 도시이다.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빨리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부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10월 기준 49만8546명으로 부산 전체 인구수 대비 14%를 기록했다.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 미만)를 넘어 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부산의 고령화 속도는 전국 평균을 훨씬 앞선다. 전국 노인 인구 비율은 2000년 7%대에서 지난해 12.7%로 올라선 반면 부산은 2003년 7%대에서 11년 만에 14%에 도달했다. 오는 2022년쯤에는 노인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노인 인구는 전염병에 취약하다. 2013년 기준 연령별 결핵 신환자(인구 10만 명당)는 65세 이상이 201.6명으로 가장 높다.

결핵연구원이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조사한 '노인인구에서 결핵현황'의 결과는 노인 결핵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2001년에는 65세 이상 결핵환자가 전체의 20.2%였지만 2013년에는 30%대를 넘어섰다. 부산도 결핵 환자 비율이 40대 14.1%에서 50대(18.4%)와 60대(15.9%)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산은 특히 홀로 사는 노인인구 비율이 20%에 달한다. 질병이 발생했을 때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만큼 전염병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결핵·다제내성 결핵

결핵은 제3군 법정 전염병이다. 폐결핵 외에 흉막·임파선·뇌·척추·관절·신장에서도 발생한다. 결핵 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30% 정도만 결핵균에 감염되고 이 중 10%만 환자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핵에 걸려도 4가지 복합제제를 6개월 정도 복용하면 균을 박멸할 수 있다. 2주가량 복용하면 균의 60% 정도가 사라지고 한 달이면 90%가 없어진다. 다제내성 결핵은 1차 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항결핵 약제에 내성이 있는 결핵균에 의해 발생한 결핵이다.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내성균이 생겨 다제내성으로 발전하기 쉽다. 다제내성 환자는 전염성이 강해 1년에 10∼15명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슈퍼결핵'으로 불리는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은 약제와 3가지 주사제(카프레오마이신·카나마이신·아미카신) 중 한 가지 이상에 내성을 보인다.


# 입국 외국인 결핵환자 10년 새 8배↑…정부, 고위험국 환자 비자발급 제한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이 높은 원인 중 하나로 입국한 외국인을 꼽는다. 국내 입국 외국인 가운데 결핵환자는 2003년 228명에서 2013년 1737명으로 10년 새 8배 증가했다. 이 중 다제내성 결핵과 같은 난치성 환자 비율이 6%로 국내 평균보다 배 정도 높다. 한 번 감염되면 중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큰 셈이다.

복지부가 전국 결핵 전문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134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한 결과 치료(의료혜택) 목적 입국자가 28%(38명)에 달했다. 외국인도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내국인과 동일한 혜택(전체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 5%)을 받는다. 건강보험 미가입자도 국립결핵병원에 입원하면 하루 1800원(월 5만4000원)을 내고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결국 복지부는 지난 3월 외국인 결핵 환자의 유입을 차단하는 대책을 내놨다. 우선 결핵 고위험국 18개 국가 국민이 3개월 이상 국내 체류 비자를 신청할 경우 건강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완치 전까지 비자발급을 제한했다.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한 결핵 집중관리 대상자는 출국 조치하고 재입국도 제한하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도 결핵 고위험국 국민이 3~6개월 이상 장기체류를 신청하는 경우 결핵 검진결과를 확인한다. 미국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10만 명당 결핵발생률 20명 이상인 국가의 국민이 장기체류 또는 이민을 신청하면 미국 대사관이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결핵 검사 결과 제출을 요구한다. 영국은 10만 명당 40명 이상 발생하는 67개국을 대상으로 6개월 이상 장기체류자에게 완치 시까지 입국을 불허한다. 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률이 50명 이상인 국가는 네팔 동티모르 러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이다.

그러나 부산 방문·거주 외국인이 결핵 발생률 1위와 연관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오히려 2013년 발생한 외국인 결핵 신환자는 경기도(511명)와 서울(415명)이 부산(46명)보다 훨씬 많았다. 또 외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가장 많은 서울의 결핵 발생률이 부산보다 낮다.

◇ 전국 7대 도시 고령인구 비율(2014년 기준) 전국 12.7%     인천 10.1% 서울 11.4%     광주 10.5% 부산 14.0%     대전 10.1% 대구 12.0%     울산  8.3% ※자료 : 통계청 '2014 고령자 통계'

◇ 외국인 결핵환자 지역분포(2013년 기준) 구분 전체환자 신환자     구분 전체환자 신환자 전국 1737 1420     광주 21 18 서울 533 415     대전 26 20 부산 48 46     울산 36 31 대구 39 34     경기 614 511 인천 88 68     ※자료 : 질병관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