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열린 '2015 다이아몬드브리지 걷기축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광안대교 상판에 설치된 특설무대에서 록밴드 크라잉넛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레포츠 동호회원 자원봉사 나서
- 시설에 맡겨진 초등생들도 참가
- 크라잉넛 경쾌한 공연에 환호
- 해운대구 경찰력 대대적 투입
- 교통 통제·사고 위험 원천봉쇄

10일 화창한 봄날, 다이아몬드 브리지로 쏟아져 나온 시민은 '바다 위'를 걸으며 가족·동호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록밴드의 열정적인 공연은 시민의 발걸음에 흥을 돋웠고, 경찰과 광안대교 운영 직원들의 분주한 움직임은 시민의 안전을 도왔다.

■함께 손잡고 뚜벅뚜벅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걷기축제에 참여한 종합 레포츠 동호회 '여유 그리고 운동화'(여운)는 올해 인원을 대폭 늘려 147명의 회원이 신발 끈을 고쳐맸다. 회원들은 특히 단순 참가에 그치지 않고 행사 전반 운영요원으로 자발적인 봉사활동까지 했다. 여운 회원들은 시민의 맨 앞에서 길을 이끌거나 맨 뒤에 처진 시민을 독려했다. 염원빈 여운 회장은 "대학생부터 직장인, 그리고 회원의 가족까지 이번 행사에 동행했다"며 "국제신문 주최 다이아몬드 브리지 걷기축제의 취지에 공감해 앞으로도 꾸준히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설에 맡겨진 초등학생들은 봄 바다 위를 산책하며 즐거워했다. 이날 부산의 한 시설 자원봉사자 16명은 초등학생 18명과 함께 걸었다. 자원봉사자의 손을 잡고 걷던 아이들은 봄기운이 완연한 나들이 속에 '방방' 뛰기도 했다. A 군은 "친구들과 함께 나와 좋다"며 "경치도 좋아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한 어린이의 손을 꼭 잡은 장명은(여·31) 씨는 "아이들이 한껏 들떠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다"며 "시설의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 이번 자원봉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젊은 기운은 축제 분위기를 환하게 했다. BNK금융그룹 부산은행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부산6팀'은 참가자들에게 퀴즈를 내고 선물을 나눠주거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줬다. 덕분에 시민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남녀노소 모두 쿵작쿵작

참가자들은 록밴드 크라잉넛의 공연에 우렁찬 박수를 보내며 열정적으로 환호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5월 걷기축제에도 크라잉넛이 공연을 맡았다. 당시에는 추모곡 위주로 공연했으나, 올해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대표곡 '말 달리자' 등 경쾌한 음악을 선보였다. 크라잉넛 보컬 박윤식 씨는 "세월호의 슬픔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힘을 낼 때라서 활기찬 노래를 골랐다"며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노래할 수 있어 절로 신이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걷기축제에서도 셀카봉은 연인들의 필수품이었다. 셀카봉을 아래위로 흔들던 예비신부 신은경(31) 씨는 "한 달 뒤 결혼을 앞두고 예비 신랑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려고 왔다"며 "결혼 전 소중한 추억이 될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 즐거웠다"고 활짝 웃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걷기 물결에 합류했다. 김선진(76) 씨는 두 다리가 불편한 친구와 함께 축제에 참가했다. 김 씨의 친구는 앞에서 묵묵히 목발을 이용해 걸었고, 김 씨는 그 뒤에서 친구를 위해 휠체어를 끌었다. 김 씨는 "올 때마다 항상 기분 좋은 곳이 바로 광안대교다. 실의에 빠진 친구가 힘을 낼 수 있을 같아 동행할 것을 권유했다"고 전했다.

■안전은 기본 중의 기본

광안대교 시설을 현장에서 운영하는 직원들은 시민의 안전을 챙기느라 바빴다. 부산시설공단 벡스코 요금소 직원 6명은 이날 새벽부터 축제 준비를 서둘렀다. 현장 곳곳에서 무전으로 상황을 전파하며 만에 하나의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경학 지소장은 "평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시민이 즐거우면 그걸로 큰 보람"이라며 "부족한 인력이지만 걷기축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역시 안전대책을 세우느라 온 힘을 쏟았다. 지난해 행사까지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안전 활동을 지원했으나, 이번부터는 사고를 확실하게 막기 위해 경찰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했다. 광안대교 하부 벡스코와 부경대학교 진입로까지는 40명 규모의 2개 소대를 배치해 교통을 통제했다. 광안대교 상판에는 100명 규모의 1개 중대가 난간 곳곳에서 추락 등의 사고를 원천봉쇄했다. 해운대경찰서는 또 모범운전자와 녹색자문위원회 등 50명의 민간단체와 함께 '부산교통질서, 나부터 먼저' 캠페인을 열어 공익활동도 펼쳤다. 도착 지점에서는 남부경찰서가 바통을 이어받아 캠페인을 벌였다. 축제 참가자들은 경찰의 "부산 교통안전" 선창 구호에 "나부터 먼저"를 힘껏 외치며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