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정보 비공개, 사태 더욱 악화

전국구 병원에 해당하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노출되면서 전국 동시다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은 확진병원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메르스 감염자에게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확진된 메르스 환자 14명 중 10명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35)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 64명 중 17명이 이 병원의 3차 감염자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다수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면 대규모 확산 사태가 우려된다. 삼성서울병원은 '빅4' 또는 '빅5'로 불리는 전국구 병원이기 때문이다.

'명의'로 불리는 의료진과의 진료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온 만성질환 환자들이 보호자와 함께 응급실을 방문,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환자·보호자들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가 지역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되면 메르스가 전국에서 동시 다발로 튀어나올 수 있다.

특히 14번 환자는 응급실에서 사흘간이나 머물렀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지난달 27일에 응급실로 온 14번 환자에게 메르스 선별문항지를 적용했으나 폐렴 소견만 있고 중동 여행이나 메르스 환자에 노출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나와 의심환자로 볼 근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병원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14번 환자에게 세균성 폐렴 치료를 지속했고, 지난달 29일 밤 늦게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노출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보건당국이 첫 확진 이후 의료진에게만이라도 제한적으로 병원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부터 메르스의 연관성을 인지, 대규모 노출을 막을 기회가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건당국이 최초 환자와 밀접 접촉자만 추적·감시한 탓에 14번이 감시망에서 누락됐고, 병원정보 비공개까지 겹쳐 삼성서울병원으로서는 정부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14번을 메르스로 의심하지 못한 것이다. 그 사이 이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총 890여 명은 메르스에 무방비로 노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