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첫 환자 60대 박 씨
- 감염된 곳은 삼성서울병원
- 보건당국 뒤늦게 정보공개
- 안이한 대처 부추겨
- 2~5일 무방비로 노출
- KTX·도시철도 등도 이용
- 의심 환자와 접촉 알고도
- 市 제때 격리조치 않아
부산의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인 박모(61) 씨의 지난 5일간 이동경로를 보면 보건당국과 부산시의 허술한 방역 체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3차 감염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박 씨 격리도 그만큼 늦어진 것으로 보여 보건당국이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닷새 아파도 보건당국 몰라
부산시의 발표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1일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누나 집에 있을 때부터 몸이 으슬으슬한 증상이 나타나 처음으로 인근 의원을 방문했다. 이미 이때 증상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 씨는 다음 날 오전 조카(62번 확진 환자)의 차를 이용해 광명역으로 이동해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다음엔 도시철도 1호선을 이용해 괴정역으로 이동했고 10번 출구에서 도보로 7분가량 떨어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 집 근처 목촌돼지국밥을 찾아 식사했으며, 저녁에는 약국도 방문했다.
이처럼 박 씨가 메르스 감염 사실도 모른 채 여러 곳을 거리낌 없이 돌아다니면서 격리대상이 많이 늘어났다.
더 큰 문제는 박 씨가 부산에서 세 차례나 병·의원을 방문했는데도 격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하구보건소 등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 3일 처음으로 인근 임홍섭의원을 방문했을 당시 열이 나며 자신이 삼성서울병원에 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후 의원 측은 이 사실을 보건소에 신고는 했으나 당시에는 삼성서울병원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아 보건소도, 의원 측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의원 측의 연락을 받은 동아대병원은 보호장비를 갖추고 박 씨를 기다려 격리실에서 진료했으나 박 씨가 열만 나고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약만 처방한 후 집으로 돌려보냈다.
특히 보건소에 신고됐고, 격리병동에 있는 박 씨의 약을 간호사가 대신 받아 전달해 줄 정도로 격리에 신경을 써놓고 정작 박 씨가 동아대병원을 오갈 때는 택시를 이용한 것으로 확인돼 부산시와 병원 모두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열 안나니 격리대상 아니다?
부산시는 지난 5일 밤 부천시 소사보건소로부터 박 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조카가 의심 환자로 분류돼 검체 검사 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그날 밤 11시40분 박 씨의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당시 박 씨의 체온이 정상이고 기침 등의 증상이 없다며 기관 격리조치를 하지 않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가 세 차례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고열 증상이 있었고, 병·의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었을 경우 체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셈이다.
부산시는 결국 다음 날 오전 9시10분께 박 씨의 조카가 양성판정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다시 박 씨의 집을 찾았고, 이번에는 정상체온(36.7도)인데도 구토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박 씨를 음압격리 병상에 입원시켰다. 조카의 감염 여부와는 상관없이 박 씨 역시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이력이 있는데도 조카의 양성 반응 이후에야 격리 조치를 결정해 격리 시점은 더욱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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