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1호선 주변 잇단 발생
- 공사과정서 지반 약화가 원인

- 상하수도관 노후 심해지면서
- 매년 급증…올들어 벌써 6건

- 낙동강 퇴적지였던 사하구 등
- 취약지역 안전점검 철저히해야

싱크홀 발생과 관련해 부산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발생 빈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도시철도 주변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수관로의 노후화로 인한 누수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장마철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기 전 안전점검이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시철도, 대단지 주변 다수 발생

지난 5월 19일 부산 사하구 도시철도 사하역에서 대형 싱크홀에 빠진 사람을 구출하는 훈련이 열리고 있다. 국제신문DB

30일 본지 취재진이 부산지역 16개 구·군에서 발생한 도심형 싱크홀을 분석한 결과 전체 8개 구·군에서 43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북구를 제외한 36건(북구는 정확한 위치를 기록하지 않음) 가운데 16건이 도시철도 역 주변이나 전동차 선로 주변에서 발생해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도시철도 공사 과정에서 지반이 약화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11건) 산업단지(5건) 해안가 주변 도로(2건) 등이다. 도시철도 노선별로는 1호선 인근이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2호선 인근 2건, 3호선 인근 1건을 기록했다. 공사한 지 오래될수록 싱크홀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싱크홀이 20건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 사하구는 9건이 도시철도 인근에서 발생했다. 부산대 임종철(토목공학과) 교수는 "사하구는 낙동강 하구 퇴적지에 조성돼 땅속 모래가 물을 따라 잘 빠져나가 싱크홀이 많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라며 "모래는 어느 한 군데 구멍이 나면 물을 따라 입자가 이동하고 모래가 이동하면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 주변에서 또다시 싱크홀이 발생한 경우도 많았다. 서구에서는 2014년 8월 충무동 우체국 인근에서 두 차례나 발생했다. 도시철도 1호선 사하역 인근에 있는 사하우체국 앞에도 2010년 7월과 2015년 5월 등 2건이, 도시철도 1호선 당리역 인근에서는 2011년 6월과 2014년 10월에 발생했다. 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 인근에서도 2014년 5월과 8월에 발생했다.

■우수관로 노후화가 주요인

원인별로 살펴보면 전체 43건 가운데 상하수도관이나 우수관로의 노후·접합 불량·파손·누수·보수 불량 등으로 발생한 싱크홀이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도로 장기침하(3건), 도로 하부 되메우기 다짐 불량(3건), 전력공사로 인한 지반 공동(1건), 오래된 아스팔트(1건) 등이 뒤따랐다. 아직 원인이 제대로 분석되지 않은 싱크홀도 15건이나 됐다.

싱크홀의 크기는 지름이 0.3m인 것부터 가로 3m·세로 20m까지 다양했다. 2012년 3월 북구 금곡동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깊이가 3m에 달했다. 차량 바퀴가 싱크홀에 걸리는 사고는 있었지만 싱크홀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크게 발생한 적은 없었다. 임 교수는 "인공적인 싱크홀은 대도시로 갈수록 많이 생기는 특성이 있다"며 "부산에서는 낙동강 주변이나 도시철도 인근을 중심으로 싱크홀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생 빈도 해마다 늘어

최근 들어 싱크홀 발생 빈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4건, 2012년 6건, 2013년 3건에 불과했던 싱크홀은 2014년에 20건으로 많이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달 말 현재 6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월별로는 5~8월 사이 싱크홀이 집중됐는데 장마가 한창인 8월이 10건으로 가장 많았고, 5월이 8건으로 뒤를 이었다. 6월과 7월에도 각각 5, 6건이 발생했다. 그 외에도 10월이 5건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고 3월(3건) 9월(2건) 등에도 일부 발생했다.

재해예보 및 구조물 진단 전문 기업 소암컨설턴트 김중열 대표는 "땅속에 매립된 상하수도관의 노후 정도가 점점 심해지면서 매년 싱크홀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리 하수관거 등을 점검하지 않으면 싱크홀 발생이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