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의 허점 악용해 속수무책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면서 밤늦은 시간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해변에서 관광객이 잃어버린 귀금속을 줍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해 단속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경우가 많아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한 남성이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귀금속을 줍고 있다는 신고가 112센터에 접수됐다. 해당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게 "귀금속을 줍고 있던 것이 아니라 백사장에 떨어진 금속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이 남성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해수욕장에서 귀금속을 주워 가지는 것은 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100원이나 500원짜리 등 동전을 습득하는 것은 아무런 잘못이 되지 않는다. 귀금속은 잃어버린 주인이 대부분 신고해 분실물이 되지만 동전은 주인이 없는 물건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5월 부산 북부경찰서는 부산 해운대와 송도, 충남 대천 해수욕장 등을 돌아다니며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시가 500만 원 상당의 귀금속 19점을 주워 판매한 혐의(점유이탈물 횡령)로 박모(36)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 때문에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해수욕장에서 금속탐지기를 가지고 돌아다니며 실제로는 귀금속을 찾지만, 경찰에 적발되면 "귀금속이 아니라 동전과 쓰레기를 찾고 있었다"고 잡아떼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귀금속을 줍고 있지 않았다고 하면 이들을 처벌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귀금속을 줍다 적발돼도 이를 일주일 안에 습득물 신고하겠다고 말하면 처벌할 수가 없다.

인터넷상에는 금속탐지기 등을 이용해 해수욕장에서 귀금속을 줍는 동호회까지 버젓이 활동한다. 이들은 자신이 주운 귀금속이나 동전 등을 공개하고 자랑하기도 한다. 가입할 때 금속탐지기 보유 여부까지 요구하므로 일반인은 가입하기 힘들다. 한 동호회는 회원 수가 900명에 달했다. 금속탐지기는 중고가격만 200만 원대에 달한다. 이들은 해수욕장에 있는 귀금속은 대부분 주인을 알 수 없는 만큼 습득자가 나름의 정성을 들이는데 북부서 사례처럼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항변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적발되면 금속 쓰레기를 줍는 등 공익 활동이라고 변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귀금속을 찾으러 온 사람이다"며 "다른 사람의 재물을 주으면 경찰 치안센터나 유실물 보관센터 등에 일주일 안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 후 6개월이 지나도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실물법에 따라 해당 재물의 소유권은 습득자에게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