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전 근무 법원의 사건을 실수로 맡아 징계받은 전관 출신 변호사가 징계 취소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조한창 부장판사)는 부산지법 판사 출신의 A 변호사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A 변호사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2012년 2월 부산지법 판사로 퇴직한 A 변호사는 같은 해 10월 부산지법에 접수된 부동산 압류 신청 사건을 수임했다. 이는 퇴직 판사에게 퇴직 1년 전까지 근무한 법원의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한 현행 변호사법 31조3항을 위반한 것이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는 A 변호사에게 과태료 100만 원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A 변호사는 사건이 부산지법이 아니라 부산지법 동부지원 관할인 것으로 착각했다고 항변했다. A 변호사는 "고의가 아닌 과실·착오로 수임한 경우엔 처분 사유가 안된다"며 징계를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특히 자신을 담당 변호사로 올린 것은 로펌 직원의 단순 업무실수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변호사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을 수임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문서를 부산지법에 세 차례나 제출했으면서도 어느 법원에 내는지도 몰랐다면 이는 스스로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A 변호사가 수임하고 있던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부동산 사건과 이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어서 이 사건을 새로 수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는 위반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될 수 있다"며 "(A 변호사가) 관련법이 2011년 시행된 지 1년도 안돼 퇴직한 만큼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