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지역 거주자 사고 발생 비율
- 동구 81.5%·중구 86.7% 달해

- 도로 넓고 길게 쭉 뻗은 강서구
- 운전자들 과속·신호 위반 예사
- 사망자 발생 비율 가장 높아
- 상당수 새벽 4시~오전 8시에

지난해 휴가를 맞아 부산을 찾은 알렉스 웡킨(34·홍콩) 씨는 동구 산복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탔다가 진땀을 뺐다. 그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버스가 마치 '롤러코스터' 같았다"며 "대단히 스릴 있는 순간이었지만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원도심 지역의 교통 안전도가 낮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교통 인프라의 부족을 꼽았다. 비교적 최근 개발이 시작된 동부산 지역의 도로는 계획을 세워 정비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깔끔하지만 원도심은 이미 들어선 주택을 그대로 둔 채 필요에 따라 도로가 개설된 데다 단독주택이 비좁게 들어서 있고 언덕길이 폭넓게 분포돼 교통안전이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동·중구 교통안전 '빨간불'

대표적 원도심인 중·동구는 예로부터 교통의 중심지로 다른 지역 사람이 많이 왕래하면서 사고가 잦다. 이 때문에 실제 동구나 중구 거주민이 아닌 타지 사람들이 이 지역을 방문했다가 교통사고가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보다 이 지역을 통과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중·동구의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실제 동구와 중구 강서구의 경우, 타 지역 거주자의 교통사고 비율이 높았다. 도로교통공단의 '2013년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와 같이 동구(155.58건)와 중구(149.68건) 강서구(136.48건)에서 교통사고가 잦았다. 이 중 타 지역 거주자 교통사고 비율 역시 동구(81.5%)와 중구(86.7%), 강서구(82.9%)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외부 방문자들이 사고를 많이 낸다는 것은 해당 지역의 교통안전도가 낮다는 또 하나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경성대 신강원(도시공학과) 교수는 "산복도로는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교통안전시설의 확충은 물론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원도심의 특성에 따라 고령자 맞춤형 교통안전 교육 등을 병행하는 것도 교통안전도를 높일 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 강서 도로 새벽 시간대 '무법지대'

부산 16개 구·군 중 지난해 차량 1만 대당 사망사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강서구(4.53명)로 나타났다. 인구가 7만 명에 불과한 강서구가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것은 강변도로, 공항로 등 넓고 길게 뻗은 도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사망사고는 자동차와 사람의 직접적인 충돌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를 왕래하는 사람이 적다 보니 운전자들은 자연스레 과속과 횡단보도 신호 위반을 일삼게 된다. 특히 새벽 시간대는 '무법자의 도시'로 변한다. 실제 지난해 강서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24명으로 이 중 9명이 새벽 4시~오전 8시 봉변을 당했다.

■교통안전도 높일 대책은

전문가들은 원도심 지역과 강서구의 교통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보행자길과 차도의 분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입체교차로 등의 설치를 통해 보행자와 차량의 물리적 접촉 가능성을 끊는 것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꼽았다. 부산교통포럼 정헌영 이사장은 "우선 보행자와 차량의 분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며 "만약 지자체의 예산 등 문제로 힘들다면 차량의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의 '자동차 1만 대당 교통사고 현황' 통계는 지자체의 자동차 등록 대수 대비 해당 지자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의 횟수다.

만약 서울 관악구에 등록된 차량이 부산 중구에서 교통사고를 냈다면 중구의 사고로 집계되고, 이를 각 지자체의 자동차 등록 대수로 나누는 식이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이 수치는 교통사고 발생 건수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차량 대수까지 고려된 것으로 교통안전도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라며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이 수치를 표준 통계로 삼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