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3대 집창촌이었던 범전동 300번지와 완월동은 사라지거나 개발이 결정됐다. 하지만 해운대해수욕장 주변에 위치한 '해운대 609'는 여전히 남아 행인의 얼굴을 붉히게 한다. 상업지역 가운데 놓인 탓에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돼 정부의 '집창촌 철거' 방침에도 사라질 가능성은 작다.

22일 밤 해운대구 609일대에는 붉은빛 아래에 여성들이 서 있었다. 해운대해수욕장 뒤 좁은 골목에 있는 이 공간에는 여전히 27개 업소가 불을 밝힌다.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40개 업소가 영업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분위기는 가라앉지만 없어지지는 않는다.

현재 60개 업소 200명의 여성이 활동하는 완월동은 부산시가 도시재생을 위한 용역에 나설 예정이다. 도시재생 방침을 논의하는 민간네트워크까지 구성(본지 지난 5월30일 자 6면 등 보도)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609 지역은 인근 공원화와 재개발로 아예 자취를 감춘 범전동 300번지나, 부산시가 도시재생사업 방침을 결정한 완월동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렇게 재생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해운대 609'가 상업지역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구는 '609' 개발을 위해서는 부지 매입비만 6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 마린시티 등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10개가 넘는 특급호텔과 관광호텔이 인근에 자리 잡으면서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 인위적인 개발에 큰돈을 들여야 하므로 아예 개발 계획조차 내놓지 못한다.

특히 관광지 중앙에 자리 잡은 탓에 609가 자체적으로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없어져야 할 공간이라는 인식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없애기는 힘들다"며 "관광지에 위치해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여행을 하는 관광객도 이곳을 찾는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고 토로했다.

인근에 오피스텔이 많은 것도 문제다. 집창촌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더 '음지'에 속하는 오피스텔 성매매로 유입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집창촌에서 일할지, 오피스텔 영업에 나설지는 순전히 성매매 여성 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므로, 주변 오피스텔 성매매로 집창촌 여성이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며 "오피스텔 성매매 단속도 벌이고 있으나, 집창촌보다 단속은 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