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제공 : 부산지방경찰청 

"간 2억, 콩팥 1억5000만 원에 넘기겠다"며 장기이식 희망자에게 접근

해운대경찰서, 장기밀매조직 12명 구속



산 사람의 장기를 떼어 팔려 한 인면수심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죄영화에서 보던 장기매매가 국내에서도 가능하긴 한 걸까. 제도의 틈새를 악용하면 음성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대책이 절실하다.

19일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장기밀매 조직의 총책 노모(43) 씨는 합법적인 방법인 '장기이식'을 가장해 장기를 팔아넘기려고 했다.
급하게 돈이 필요했던 이모(27) 씨 등 22명은 자신의 장기를 떼어 팔기 위해 대형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지난달 중순 수술 날짜를 잡아 둔 상태였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승인도 통과했다.

타인에게 장기를 이식하는 절차는 까다롭다. 신분증과 가족동의서 외에도 수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사와 면접 조사 후 순수한 의도로 기증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상담평가서'를 받아야 한다.
병원장의 '순수기증확인서'도 필수다. KONOS가 이런 서류를 심사하고 문제가 없으면 '승인'을 결정한다. 병원에서 이식 수술은 이후에 가능하다. 가족임을 확인하고 수술하는 '친족간 이식'과 비하면 상당히 복잡하다.

노 씨의 조직은 이 시스템의 틈새를 노렸다. 노 씨는 이미 10년 전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신장을 떼어내 주고 대가로 3000만 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KONOS 관계자는 "보내온 서류를 꼼꼼하게 점검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며 "면접 심사가 없다보니 누가 어떤 의도로 장기를 이식하려는지 완벽하게 알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부산의 A종합병원 장기이식센터 관계자도 "매매를 작정하고, 서류나 사진을 포토샵으로 조작하면 아무리 확인한다고 해도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KONOS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1861명이 친족이나 타인에게 장기를 이식(간 861명, 신장 1000명)받았다. 이 중 154명의 이식 수술이 부산에서 이뤄졌다. 장기밀매 여부는 파악되지 않는다.

노 씨 등은 장기 이식이 절실한 이들에게 접근해 간은 2억 원, 콩팥은 1억5000만 원에 넘긴다고 알렸다. 장기를 팔겠다고 약속한 22명에게는 3000만~1억 원 상당을 대가로 주기로 약속했다. 노 씨의 조직은 장기를 빼내기 위해 부모가 없는 10대 3명을 꾀어 인신매매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장기매매에 가담한 총책 노 씨와 알선책 등 12명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장기를 팔려 한 22명과 허위 신분증을 수집한 장모(18) 군 등 1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실제 장기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노 씨 등을 상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