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가 있는 A(42) 씨는 요즘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장애인시설에 살던 3개월 전만 하더라도 말은커녕 방 밖으로도 나오지 않았던 그다. 올 7월 자립형 공동생활가정에 오면서 생긴 변화다. 장을 보고 은행에 다녀오는 등 일상적인 일을 스스로 하다 보니 삶에 대한 의지도 높아졌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어졌다. 최근엔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각장애 때문에 적을 수는 없지만 주위 사람의 도움으로 작품을 남기고 있다.
선천적 중증장애인은 대중교통 이용이나 장보기 등 일상적인 것을 배울 기회가 적다. 보호의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그러나 이들도 자립의 꿈은 있다. 자립교육을 통해 장애인의 독립을 지원하는 공동생활가정이 주목받고 있다.
20일 열린 장애인 자립전환지원사업 세미나에서는 공동생활가정 소개와 사례 발표를 통해 장애인 지원 확대와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세미나에는 실제 입주자와 함께 생활하는 사회 재활교사 등 120여 명이 참석했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지원단에 따르면 부산에 설치된 자립형 공동생활가정은 총 4곳이다. 지난 7월부터 부산시의 지원으로 처음 만들어 곳당 4명 내외(총 13명)의 장애인이 지낸다. 공공임대주택에서 생활하며, 기한을 따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1~3년 정도 지낸 후 자립 여부를 결정한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자립교육은 말 그대로 일상적인 일들이다. 병원에 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또 시장에서 물건을 사 오는 등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부산광역시 장애인종합복지관 하소연 관장은 "거주시설의 소규모화 정책과 장애인의 자립 욕구가 증가하는 추세다"며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의 자립 전환 지원체계를 발전시킬 토대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