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요? 어휴, 요즘 나라 사정이 어떤데 황금연휴를 즐기겠어요. 올해보다 내년 사정이 더 나빠질지도 몰라요."

부산 중구에 있는 A 여행사 김모 대표는 요즘 한숨을 자주 쉰다. 내년 설과 추석 연휴가 최대 5일까지 쉴 수 있는 황금연휴라 여행업계로선 호재를 맞았지만, 나라 안팎 사정이 녹록지 않아 여행객이 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김 대표는 "최근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이후 외국여행을 가도 되겠냐는 문의가 잇따르는 등 사정이 좋지 않다. 여행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쇄된 내년 달력을 보면 설 연휴를 포함해 5일 연속 쉴 수 있는 황금연휴가 두 번 있다. 내년 설 연휴는 2월 7일(일요일)부터 9일까지이지만, 연휴 기간에 공휴일이 포함돼 하루 더 쉬는 대체휴일 셈법에 따라 토요일인 6일부터 대체휴일인 10일까지 최대 5일간 쉴 수 있다. 내년 추석 연휴 역시 9월 14~16일(수~금)이어서 주말까지 최대 5일간 놀 수 있다.

이에 따라 여행사 대부분은 내년 설 연휴를 겨냥해 항공사 좌석을 미리 확보했지만, 고객 예약률은 저조해 한숨을 쉬고 있다. 최근 벌어진 프랑스 테러 사건으로 해외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데다 국내 경기불황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지역 D 여행사 관계자는 "문의전화나 예약률이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0~40%가량 줄어든 것 같다. 단체 손님은 거의 없고 가족 등 소규모 그룹의 문의가 이따금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이맘때쯤이면 내년 설 예약이 많은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며 "국내 경기가 안 좋은 데다 테러 위험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직장인 윤인철(45·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내년 설 연휴 기간 휴가를 보태 가족과 유럽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프랑스 테러로 해외여행 가기가 불안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산관광협회 관계자는 "여행사 관계자들끼리 모이면 요즘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