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경찰서 경찰관이 지난 20일 밤 10시50분께 동래구 제2 만덕터널 앞에서 음주단속을 하려고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 1시간도 안돼 SNS에 위치노출
- 수시로 장소 옮기며 '술래잡기'
- 차 두고 도주하다 붙잡히기도

각종 모임이 잦은 연말연시. 두어 잔 마셔 음주측정기에 대고 불어도 안 걸릴 것 같고, 불러도 오지 않는 대리운전 때문에 직접 운전하기 쉬운 시기다. 특히 최근 SNS로 단속 정보를 공유해 단속 길목을 피해 가는 얌체족도 늘고 있지만, 뛰는 음주운전자 위에 나는 경찰이 있다. 올해부터 경찰은 스폿 단속(30분~1시간마다 단속지점을 바꾸는 음주단속)을 도입해 음주운전을 원천 봉쇄한다. 스폿 단속에 힘입어 지난 1~20일 부산지역 음주단속 건수도 2013년 760건, 2014년 537건에서 올해 934건으로 크게 늘었다. 본지 취재진은 부산경찰청의 협조를 얻어 지난 20일 경찰의 스폿 단속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첫째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는 단속 전후 인사를 잘해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도주 차량이 생기면 무리하게 따라가지 말고 빨리 무전을 통해 알려라. 오늘 비까지 오지만 고생하자."

지난 20일 밤 10시 동래구 온천동 금정마을 입구 대동아파트 앞 굴다리. 동래경찰서 이길훈 교통안전계 제2 팀장의 당부와 함께 단속이 시작됐다. 이곳은 북구 덕천동, 동래구 사직동과 온천장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귀가를 위해 지나는 길목. 이 팀장을 포함한 경찰 5명은 방범순찰대에서 지원받은 의경 6명과 함께 2명씩 조를 이뤄 배치됐다.

"SNS에 위치 노출됐다. 빨리 접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경찰은 금정마을 입구에서 단속하던 중 정보 공유 앱 '더더더'(사진)에 단속 장소가 공개되자 이곳으로 이동했다.

밤 10시 40분. 단속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음주단속 공유 앱 '더더더'에 현재 위치가 노출됐다. 이 앱은 음주단속을 받은 사람이 위치를 알리면 지도에 현재 단속하고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이날도 '금정마을 가는 다리 아래 음주단속 중'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지도에 단속 위치가 표시됐다. 대원들은 재빨리 경광봉을 꽂아놓은 러버콘(고깔형 도로 통제 가설물)을 걷고 차에 탑승했다.

다음 장소는 제2 만덕터널 북구 방면. 한 남자가 음주측정을 하는 척 창문을 내리다가 내빼 버렸다. 이 팀장과 함께 만덕터널 방향으로 시속 130㎞로 추격했지만, 승용차는 고속도로 방향으로 사라졌다. 더 추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이 팀장은 "고속도로에서 추격하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차 번호라도 봤으면 고속도로순찰대와 공조할 수 있지만, 못 봤네요"라며 아쉬워했다.

자정 무렵 제2 만덕터널을 향해 올라오던 승용차가 갓길에 차를 세운다. 차 밖으로 나온 젊은 남자는 갑자기 언덕을 향해 도망가기 시작했다. 3분 수색 끝에 이상현 순경이 "찾았습니다"라고 외친다. 잡힌 남자의 헐떡거리는 호흡에서 술 냄새가 진동한다. 도망친 이유를 묻자 '소변이 급해서'라고 변명했다. 결국 이 남자는 혈중알코올농도 0.072%로 100일간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날 단속은 새벽 2시까지 계속됐다. SNS에 위치가 노출될 때마다 롯데백화점 동래점 앞 대로, 온천동 동방호텔 앞 도로 등으로 단속 지점을 변경했다. 이 팀장은 "SNS에서 정보를 공유하면 우리도 그 정보를 보고 움직이므로 단속을 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음주 후에는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