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신발 브랜드 스베누 사태로 부산 신발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피해를 본 신발업체(완제품·부자재) 100여 곳 대부분이 부산에 자리 잡고 있어서다. 왜 부산 신발업계의 타격이 컸을까.
이에 대해 부산 신발업계는 신발산업의 구조와 최근 상황이 맞물린 참사라고 입을 모았다. 부산은 전국 최대 신발산업 집적도시로, 트렉스타 등 자체 브랜드로 승부수를 건 신발업체뿐 아니라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 신발을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공장도 몰려 있다.
2013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 신발업체 중 45.3%가 부산에 모여 있고, 전국 신발업계 종사자 48.8%가 부산과 경남 김해 등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베누가 100만 족이 넘는 대량 물량을 주문했을 때 규모나 기술력으로 봐서 부산 신발업체가 다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2013년 세월호 참사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이어지면서 국내 내수시장이 침체를 겪은 것도 신발업체의 수주 경쟁에 영향을 미쳤다. 스베누가 2013년부터 6개월간 주문한 물량은 156만 족으로, 불황에 시달리던 신발업계로서는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부산 신발업체 A사 대표는 "나이키 등 해외 신발 브랜드뿐 아니라 국내 패션 신발 브랜드까지 OEM 주문을 받으며 활로를 모색하던 부산 신발업체와 질 좋은 신발이 필요했던 스베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스베누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 간 경쟁도 치열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신발산업을 키우겠다던 부산시는 지역 신발업계의 피해 규모도 뒤늦게 파악한 데다 뾰족한 지원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 이진모 기간산업과장은 "이른 시일 안에 스베누 관계자를 만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