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에 낀 에이전트사 하이키
- "원하는 업체에 채권 모두 양도"
국내 유명 신발 브랜드 '스베누'가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줄도산할 위기에 처한 부산지역 신발업계(본지 지난해 12월 28일 자 2면 등 보도)가 이번 일에 공동 대응하기로 함에 따라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스베누로부터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한 지역 신발 완제품업체와 부자재업체 60곳은 최근 '스베누공장채권단'을 구성하고 이번 사태에 함께 대응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스베누가 2013년부터 2년간 신발 156만 족을 발주하면서 완제품과 자재를 납품했지만 이후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해 피해를 봤다. 애초 스베누로부터 물량을 받은 지역 신발업체는 100여 곳으로 파악된다. 부산 신발업체가 받지 못한 대금은 12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청년 창업가 황효진 씨가 대표로 있는 스베누는 아이돌 모델을 내세워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물품 대금 200여억 원을 지급하지 못해 황 대표가 하이키 등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이키는 스베누와 지역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에이전트다. 특히 스베누에 물량을 납품한 업체 상당수가 지역 신발기업(완제품·부자재 포함)이고, 일부 업체는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스베누공장채권단은 그동안 스베누뿐 아니라 하이키도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며 고소를 제기하는 등 스베누와 하이키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다. 하지만 최근 하이키가 자기가 가진 채권을 원하는 업체에 모두 양도하겠다는 뜻을 밝혀 채권단은 하이키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를 철회하고 대신 스베누와 직접 협상을 벌이기 위해 공동채권단을 구성했다.
부산 신발업체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스베누로부터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해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고 있지만, 스베누가 각종 고소에 휘말려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직접 협상에 나서 자신들의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스베누채권단 관계자는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스베누와 직접 협의를 진행하기로 업계가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하이키가 스베누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고, 이번 사건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받아 회생이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어 사태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스베누 관계자는 "현재 업체 측과 계속 협의를 진행하고, 중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위기를 타개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