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이버범죄대응과는 사기도박용 악성코드를 제작·유포, 전국 피시방 7천여 개소 약 47만 대의 PC를 감염시켜 인터넷 도박 이용자들의 패를 보면서 도박에 참여해 4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기도박단을 검거했다. 14일 오후 경찰청에서 정석화 사이버범죄대응과 사이버테러수사실장이 악성코드를 활용한 사기도박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PC방 컴퓨터 77만여 대 가운데 60%인 47만 대에 악성코드를 심어 인터넷 사기도박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팀은 PC방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심어 사기도박을 한 혐의(사기 및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법률 위반)로 사기도박 총책인 이모(36)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전 총책 양모(35) 씨를 수배하는 한편 이 씨의 작업장에서 사기도박에 가담한 이모(38) 씨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명 사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프로그래머 이 씨는 IT분야 벤처 사업가이기도 한 양 씨와 함께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패를 볼 수 있는 악성코드를 제작해 전국 PC방 컴퓨터 46만6430대에 심어 사기도박 좀비 PC로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 소행으로 밝혀진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당시 감염된 27만대와 2011년 3·4 디도스 사건 때 10만대 등을 훌쩍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씨 등은 2012년 1월부터 인천에 작업장 2곳을 마련해 '선수'들을 모집하고서 도박사이트 이용자의 패가 보이는 화면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사기도박을 벌여 4년간 40억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악성코드를 유포하기 위해 업계에서 점유율이 꽤 높은 PC방 관리프로그램 운영사를 5억 원에 인수해 42만 대의 컴퓨터가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악성코드를 심었다.

또 다른 PC방 관리프로그램 공급업체에 정상적인 유틸리티 프로그램인 것처럼 속인 악성코드 유포 프로그램의 설치를 의뢰해 5만여 대를 감염시키기도 했다.

이 씨가 만든 악성코드는 파일로 컴퓨터에 저장되는 형태가 아니어서 컴퓨터 백신을 가동해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등과 함께 PC방 관리프로그램 악용에 공동 대처하는 한편 PC방 등 공개 장소의 컴퓨터를 노린 신종 악성코드 유포로 개인정보 유출, 공격용 좀비PC 감염 등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점검과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