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국인과 춘절맞은 유커 관광객
- "하늘길 끊길라" 육로관광 몰려

제주도 폭설 사태로 설 연휴 기간 부산이 '어부지리'를 보게 됐다. 항공기 대신 안전한 육로로 관광하려는 내국인 수가 늘고 춘절을 맞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제주도 대신 부산으로 유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오는 설 연휴(6~10일) 부산 해운대구의 특급 호텔에는 방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은 오는 8일(설 당일)과 9일 투숙객 예약률이 90%에 육박했다고 31일 밝혔다. 하루 이틀 안에 설 연휴 예약이 모두 마감될 것으로 호텔은 내다봤다.

해운대그랜드호텔도 오는 8일 예약률이 90%, 7·9일은 각각 70%에 달한다. 노보텔앰배서더부산 관계자도 "8일 예약률은 70%이고, 7·9일은 각각 60%이다. 현재 추세라면 설 연휴에는 방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산지역 호텔에서 명절 연휴 '방 품귀' 현상은 이례적이다. 통상 연휴가 길면 국내보다 외국을 택하고, 육로가 복잡한 부산보다는 항공기로 이동하기 편한 제주도에 관광객이 더 몰렸다. 파라다이스호텔부산 이동영 홍보팀장은 "제주 폭설에 따른 공항 결항 사태가 보도되면서 혹시 모를 일을 걱정해 육로관광을 하려는 이가 많은 게 영향을 미쳤다"며 "보통 명절보다 10% 이상 투숙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지역 골프장도 희색을 보이고 있다. 기장군 아시아드컨트리클럽(CC)은 지난 26일부터 연휴 예약을 받은 결과, 현재 예약률이 70%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드CC 관계자는 "눈이 많이 오는 서울과 강원지역 골프장보다 코스 사정이 안정적이고, 제주도로 떠나려던 이도 예약을 취소하고 부산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주 강추위만 없으면 조만간 아시아드CC의 설 연휴 예약도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공휴일이 있어 예년보다 긴 연휴에 짧게 차례만 지내고 국내 여행을 떠나는 이가 많다. 이들 중 상당수가 여행지로 부산을 선택하는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서울에 사는 최재원(41) 씨는 "애초 가까운 동남아시아나 제주도로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아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명절에 손님이 거의 없었던 해운대구 게스트하우스에는 이날 예약률이 40%를 넘었다.

유커의 대거 방문도 이런 분위기를 더욱 달아오르게 한다. 부산관광공사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연휴(7~13일)에 부산을 찾는 유커가 2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 부산관광공사 최부림 관광마케팅부문장은 "제주도에 내린 눈이 지금까지도 다 치워지지 않아 중국발 제주행 크루즈선이 부산으로 오고 있다"며 "부산을 찾는 관광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김해공항 환대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안세희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