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국제공항의 보안이 허술하다는 경찰의 지적이 나왔다. 보안을 담당할 인력난은 물론, 공항 주변 시설물까지 열악한 환경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경찰은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 보안 사고가 일어나자 김해국제공항의 보안구역(CIQ)을 특별 점검해 보안 취약점을 지적했다.

경찰 점검 결과 김해국제공항은 입국심사대와 감독관석 사이에 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는 등 시설 면에서 감시 사각지대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출입국 심사 직원이 턱없이 모자라 보안 사고 발생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인 남성이 김해국제공항 입국심사대를 통해 밀입국할 수 있었던 것도 법무부 산하 김해공항 출입국사무소(출입국사무소)의 보안 불감증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8일 오전 6시20분께 중국인 J 씨는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입국 심사대와 감독관석 사이의 통로로 몰래 빠져나갔다. 이 통로는 남성 두 명이 나란히 설 수 있을 정도의 넓이로 평소 공항 직원이 드나드는 장소다. 감독관석이 있지만, 몸을 웅크려 이 통로를 지나가면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감독관은 통과 여부를 눈치챌 수 없는 구조다.

한국공항공사와 출입국사무소의 업무 떠넘기기 행태까지 더해져 보안 구멍은 더욱 커졌다. 출입국사무소는 현장에서의 문제를 인지하고 한국공항공사에 철제 난간 설치를 요구했지만 "출입국 관리 등 법무부 본연의 임무와 관련된 시설은 지원해 줄 수 없다"고 답변이 왔다. 공항공사는 자체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보안 '구멍'을 방치했다.

김해공항 출입국심사대에 별도의 보안 인력이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지난달 29일 인천공항에서 베트남인의 밀입국 시도가 일어났을 때 출입국 심사대 주변 청원경찰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김해공항은 한술 더 떠 아예 입국심사대를 지키는 청원경찰 조차 배치하지 않았다.

출입국사무소의 인력난은 현장에 배치되는 직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현재 김해공항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60명. 1년에 1000만 명이 넘게 이용하는 김해공항의 규모로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밀입국 사고가 났던 날처럼 붐비는 일요일 아침에는 감독업무 해야 할 계장급 직원도 장애인 출입국을 맡는 등 현장 일을 거들어야 한다. 

한 출입국사무소 직원은 "김해공항에서 출입국 직원 1명이 한 달간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심사할 정도로 전국 공항 중 업무 강도가 가장 세다"면서 "J씨가 지나가는 걸 어떻게 못 볼 수 있느냐고 하는데 당시 눈코 뜰 새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입국심사대 사이를 막고있는 철제 난간의 높이가 100㎝로 너무 낮고 일반인도 자물쇠를 쉽게 풀 수 있는 구조여서 잠금장치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보안대 주변 통로마다 안전문 등을 설치해야 한다. CCTV 사각지대가 없는지 점검도 필요하다고 경찰은 조언했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