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이 영어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2018학년도 수능 입시안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대학마다 점수 산정 방법이 크게 차이가 나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부경대는 31일 수능 영어에 가산점을 부여하되 1등급 100점, 2등급 95점, 3등급 89점, 4등급 92점 등 차등적으로 주는 2018학년도 입학전형안을 확정했다. 5등급부터는 점수 차를 10점씩 둔다. 앞서 부산대는 영어 등급 간 점수를 1등급 200점 만점에 2등급 2점 감점, 3등급 3점 감점, 4등급부터 5점씩 감점하기로 했다. 이화여대는 영어 등급 간 10점의 격차를 두기로 했으며, 연세대도 등급이 내려갈 때마다 5점씩 깎는 입시안을 내놓았다. 반면 서울대는 등급 간 0.5점의 차이를 두기로 해 수능 영어를 사실상 무력화했다고 평가받았다.

이날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2018학년도 입시안을 제출해야 하는 다른 대학들도 감점 수위에 대한 고민이 깊다. 지역 사립대 입학 업무 관계자는 "최상위권 대학은 영어를 아예 무시하고 국어, 수학, 탐구영역 실력으로 선발하면 되지만 중·하위권 대학일수록 학생 선발의 폭을 넓히기 위해 영어 과목을 무력화할 수는 없다"며 "대부분이 등급별로 5~10점씩 격차를 두는 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이 자율적으로 영어 반영 방법을 정하다 보니 절대평가 전환 취지와 달리 영어 사교육 부담과 수험생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반고 한 교사는 "대학마다 영어 반영 비율이 전부 다르고, 별도의 산출식이 따로 있어 오히려 전형이 복잡해졌다"며 "지금의 안대로라면 입시기관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절대평가제가 도입되더라도 영어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자이스토리 김윤수 평가이사는 "이화여대와 연세대는 영어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입학이 어렵다. 서울대의 0.5점과 부산대의 2점도 문과에서는 적다고 할 수 없다"며 "오히려 최상위권 학생은 1등급을 유지하거나 1등급을 받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