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성단층 정의·등급 구분
- 피해 예방·대책 수립에 활용
- 관련자료 DB화 한목소리

일본 규슈 지진의 여파로 국내 활성단층에 관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지질·지진 전문가 70여 명이 부산에 모여 활성단층의 정의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참석자들은 "국내에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에 관한 자료를 모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지형을 미리 파악하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고, 관련 대책 수립도 쉽다.

'국가 활성단층 정의 및 등급 구분 정립(안)에 대한 공청회'가 국민안전처 주관으로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공청회는 대한지질학회 춘계세미나의 하나로 개최됐다.

활성단층의 정의와 등급을 구분하는 것이 화두였다. 그동안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기준(3만5000년 이내 1회, 50만 년 이내 2회 움직인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간주했지만, 국내 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는 2009년 5월부터 2012년 9월까지 '국가 활성단층 지도 작성 연구'를 벌였으나 결과를 공포하지는 못했다. '단층 일부만 조사해놓고 수십㎞에 이르는 단층 전체를 활성단층으로 볼 수 없다'는 등 객관성 결여가 발목을 잡았다. 대신 국민안전처는 산업계·학계 전문가를 모아 '활성단층 정비기획단'을 꾸리고 지난해까지 연구를 수행했다.

이날 그간 기획단이 연구한 '활성단층 정의와 등급'이 공개됐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지질시대에 활동했고 다시 활동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정의하고 '국제 층서 연대표상의 4기'를 기준으로 시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홀로세(Holocene·현재~1만1700년) ▷후기 플라이스토세(Late Pleistocene·1만1700년~12만6000년) ▷중기 플라이스토세(12만6000년~78만1000년) ▷전기 플라이스테세(78만1000년~258만8000년) 등 이었다.

단층의 최후 운동 시기를 근거로 이같이 구분하고 각기 다른 색으로 표시해 활성단층 지도를 그리자는 안이었다. 기획단장인 한국교원대 경재복(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특정 단층을 두고 시대를 결정할 때는 최소 2개 지점이 논리적으로 일치해야 하고, 해석이 어려운 경우에는 검증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패널은 좀 더 세심하게 연구한 뒤 정의를 내리자고 지적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최정헌 박사는 "제대로 된 표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원서 박사도 "지형학·지질학을 융합해 정확한 데이터를 얻어 활성단층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경대 김영석(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실제 위험이 없는 지형을 무분별하게 활성단층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나온 의견을 모아 활성단층 지도 제작에 필요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