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수술환자 수도권 쏠림 여전
- 요양병원 급증 의료진 몸값 올려
- 병원 차원 비정규직 관리 어려워
-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 키울수도

- 수십억대 검진장비 앞다퉈 도입
- MRI 추가 촬영·무작정 수술 권유
- 의료계 인센티브제 부작용 경고
- 의사회 "수가 개혁해야 해결"

부산지역 병원마다 저수가와 높은 인건비로 인한 경영난 속에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다. KTX 개통 이후 수도권으로 찾아가는 지역 환자 수는 4%대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진료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증 수술환자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역 병원의 수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병원은 수익을 올리고 인건비를 줄이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 같은 병원 측의 수익성 제고 노력은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환자 안전 외면으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병원과 환자 간 신뢰를 무너뜨려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건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생사 오가는 병원 비정규직 증가

부산시병원회와 보건의료산업노조 부산본부는 25일 지역 병원의 비정규직 채용 비율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전문 의료인력을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높아진 탓이다. 특히 부산은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을 대거 채용해 이들의 몸값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하려는 궁여지책이지만, 병원이 환자의 안전을 외면한 채 비정규직만 늘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비정규직 확대는 병원 차원의 관리가 어려워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뚫렸던 삼성서울병원처럼 감염병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삼성서울병원은 비정규직 환자이송요원이 메르스 증상을 보였지만, 9일이나 일을 하도록 방치하는 등 미흡한 초동 대처로 시민단체로부터 '2016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에 선정됐다.

병원 업계는 총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인건비로 나가는 수익구조에서 계약직 채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부산시병원회 구인회 회장은 "지역 총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노인 인구는 증가하면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 수 감소로 경영 악화를 가속하고 있다"며 "여기에 고정비용으로 나가는 인건비가 갈수록 많아져 병원들의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묻지 마 검사'로 환자 부담 가중

낮은 수가와 높은 인건비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일부 병원들은 비급여 진료를 늘려 수익을 올리는 데 혈안이다. 수십억 원대 고가의 검진장비를 리스로 무리하게 도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술하기 전에만 MRI를 찍던 병원들이 수술 후에도 경과 확인 차원에서 또다시 촬영하고 있다"며 "디스크도 요추 4, 5번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흉추부터 찍어내려 가는 검진을 권해 진료비 부담을 10만~20만 원 더 지우는 곳도 있다"고 귀띔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과잉진료에 따른 문제를 인식하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첨단 장비가 개발되면서 정밀한 검사가 가능해졌지만 환자에게 적절한 도움을 줬는지는 의문이다"며 "'환자를 위한 의료'가 아니라 '의료를 위한 환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고 꼬집었다.

■실적 부담에 의료 질·신뢰는 뒷전

불필요한 수술을 권해 환자의 건강을 되레 해치는 병원도 있다. 지난해 말 초음파 검사로 가슴에 종양을 발견한 김인숙(여·61) 씨는 B병원에서 악성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수술을 권유받았다. 수술에 대한 부담과 비용(90만 원) 문제로 고민하던 김 씨는 다른 병원을 찾았는데 이곳은 처방이 달랐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는 주기적인 검사만 하면 문제없다고 했다. 수술하면 환자 몸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는데 무작정 수술을 권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의료기관이 수익을 높이려고 시행하는 인센티브 제도가 환자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최근 발표된 논문 '국내 의료계에서 시행 중인 금전적 인센티브 제도의 윤리적 쟁점들'을 보면 "인센티브 제도가 의사의 양심과 전문지식이 아니라 '금전적 동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C병원은 최근까지 환자들의 비난을 샀다. 호텔과 연계한 병원으로 의료관광객을 타깃으로 해 5년 전 문을 열었지만, 무리한 시설투자와 경영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폐원에 이르렀다. 이 병원에서 치과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연락도 없이 병원이 갑자기 문을 닫자 치료 중단을 우려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등 한동안 속앓이를 했다.

부산시의사회 측은 "근본 원인은 수가가 낮은 탓이다. 저수가 기조를 개혁해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승희 권용휘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