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심·서부권 전국 2번째 심각
- 자기방임형 3년새 배 이상 증가
지난해 부산에서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 10건 중 4건은 고령자가 노인을 괴롭히는 '노(老)-노(老)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배우자와 동거 기간이 연장되면서 노부부 간 배우자 학대, 60세 이상 자녀의 부모 학대, 자기방임형 학대가 증가한다.
보건복지부가 14일 내놓은 '2015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부산에는 340건의 노인학대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학대 행위자가 60세 이상 노인인 노-노 학대는 161건으로 43.6%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는 총 1만1905건 가운데 41.7%(1762건)가 노-노 학대였다. 2011년(30.2%)보다 13.4%포인트 증가하는 등 해마다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서부산과 원도심의 9개 구 노인을 돌보는 부산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는 10건 가운데 6건이 노-노 학대로 확인됐다. 전국 29개 기관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 지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9%로, 전국 평균비율(13.2%)보다 높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했다. 또 피해자 중 노인단독가구(58.6%) 비율이 높아 자기방임형 학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을 돌보지 않거나 돌봄을 거부하는 자기방임형 학대는 지난해 지역에서 총 105건이 신고됐다.
2013년 39건, 2014년 76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혼자 살면서 삶을 포기하는 '은폐된 노인'에 대한 지자체와 복지기관의 발굴사업이 확대되면서 신고가 늘었다. 전국적으로는 622건이 접수돼 전년보다 34.3%로 급증했다.
학대 행위자의 3분의 1은 아들(36.1%)이었다. 배우자(15.4%), 딸(10.7%), 며느리(4.3%) 등 친족이 가해자인 경우가 69.6%에 달했다.
학대 발생 장소는 가정 내가 85.8%로 가장 많았고, 양로시설·요양시설 등 생활시설 5.4%, 병원 2.3% 순으로 나타났다. 생활시설 내 노인학대는 최근 3년 사이 8.4% 늘었다.
부산시 동부노인보호전문기관 안경숙 관장은 "최근 들어 노부부만 생활하는 가정이 늘면서 배우자 간 학대가 늘고 있다. 학대 배우자가 처벌을 받거나 주위에 알려질까 봐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데, 더 나은 노년을 위해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