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광현호의 선상 살인사건을 계기로 이전에 발생한 끔찍했던 선상 반란 사건들이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악의 선상 반란으로 기록된 것은 '페스카마호 사건'이다. 1996년 8월 2일 새벽 남태평양의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어업기지로 회항하던 온두라스 국적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254t)에서 중국 동포 선원 6명이 열악한 작업 조건과 강제 하선에 반발해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해 선원 11명을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다. 중국 선원 6명은 한국인 선원 6명을 흉기로 살해한 뒤 바다에 버리고, 반란에 동조하지 않은 중국 동포 1명과 인도네시아 선원 3명을 냉동창고에 가둬 동사시켰다. 나머지 한국인 실습 기관사 1명은 산 채로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했다. 이들 모두 1996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항소심에서 주범을 제외한 5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10여 년 뒤인 2011년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생포한 소말리아 해적 5명을 부산의 검경이 수사하면서 페스카마호 사건의 처리 결과를 참고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996년 1월 31일에는 북태평양 오호츠크 해에서 조업하던 3527t 원양트롤어선 '제2 오양호'에서 베트남 선원 등 7명이 어획물 처리반장을 집단 폭행하고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1990년 6월 21일 전북 어청도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군산 선적 유자망어선 '금암호'(25t)에서 한국인 선원 3명이 기관장을 둔기로 때려 쓰러뜨린 뒤 선장을 끈으로 묶고 가스 밸브를 열어 배를 폭파시키겠다고 협박한 일도 있었다. 1991년 6월에는 북태평양에서 조업하던 오징어 유자망어선 '제102 화동호'에서 선원 6명이 간부 선원을 흉기로 위협하며 3일간 난동을 벌였고, 같은 달 18일 하와이 부근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 유자망어선 '88 스텔라호'에서 선원 10명이 간부 선원을 쇠파이프로 폭행하고 배를 장악한 뒤 선박을 회항시킨 일도 있었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