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도양 참치 연승어선에서 발생한 살인사건과 관련해 외부와 단절된 공간인 원양어선 내 음주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늘어나는 외국인 선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들에 비해 수적 열세에 있는 내국인 간부 선원의 자질 함양과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광현 803호' 선사인 부산 영도구 대평동 광동해운 사무실에서 회사 관계자가 통화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원양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발단이 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원양어선 내 음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해양수산부 등은 선사 보고를 토대로 '광현 803호'(138t) 사건은 어장 이동 중 선장이 제공한 양주 2병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선원 10여 명이 나눠 마신 뒤 일어났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부 배에서는 선원들이 소지한 술을 모조리 바다에 던진 일도 있었다. 살인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양 어선 내 음주와 연관된 폭행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원양 및 연근해 어선 음주 규제는 해사안전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이 법에 근거한 음주 규제는 어선 내 조타기 조작 선원에 한해 적용된다. 어로 작업 선원이 음주해도 제재할 수 없다. 게다가 원양 조업선의 경우 해경의 단속이 미치지 않는다. 전국원양산업노조 측은 "국내 출항 시 선용품으로 반입되는 술은 선장이 통제해 문제가 덜하다. 하지만 30~40일 조업하다가 인근 외국 항구에서 식료품, 유류 등을 조달할 때 선원이 몰래 술을 사도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외국인 선원이 급증하면서 내국인 간부 선원들이 외국인 하급 선원들과 언어·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소통할 수 있느냐도 선상 사고의 방지 대책으로 꼽힌다. 현재 원양어선의 외국인 선원 비율은 80%를 웃돈다. 한 전직 원양어선 선장은 "과거 물리적으로 학대받던 원양 외국인 선원이 요즘은 언어·문화적 차이로 감정적인 학대를 당한다"며 "감정 폭발이 위험하다. 간부 선원의 인성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원양산업협회 측은 "늘어나는 외국인 선원을 잘 관리하는 게 원양업계의 현안이어서 관련 교육 매뉴얼을 선사에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