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생활풍습 등 습득 안돼
- '제2 광현호사태' 대책 시급

국적선에 근무하는 외국인 수가 폭증하지만 내·외국인 선원이 서로 공감대를 쌓는 교육 시스템이 없다. 선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언제든 '제2의 광현호 사태'가 불거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2일 통계청의 외국인 선원 고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선박에서 일하는 외국인 수는 2만4624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원양어선을 비롯해 외항선과 내항선 등 종사자가 모두 포함됐다. 이는 10년 전인 2005년의 7960명보다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1992년의 192명보다는 120배 이상 폭증했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이 배에서 한국인 선원과 어울릴 수 있도록 시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없다. 고용노동부와 수협중앙회 등이 국내 선사에 관련 교육을 시행하게 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사들은 동남아에 있는 선원송출업체가 보낸 근로자가 국내에 입국하면 언어와 생활풍습 등에 일정 시간 이상 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를 거의 지키지 않는다.

20년 넘게 조업하는 A 선장은 "국내에 도착하면 밀입국한 뒤 육지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이 많아 대다수 선사가 육지에서 오래 사전교육을 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배에 승선시키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사고가 난 광현호 같은 원양어선은 제도권의 관리 감독에서 더 멀어진다. 이들 업체는 국내에서 선원을 모집해 출항하는 것이 아니라 동남아 등 배를 정박한 곳에서 필요한 인력을 수급한다. 검증받지 못한 선원이 배에 오를 가능성이 높고, 이들에 대해 교육하지 않더라도 제지할 방법도 없다.

만선이 최대 목표인 원양어선은 짧게는 3~4개월, 길게는 30개월 넘게 바다에서 조업한다. 좁은 배 안에서 수십 명이 어울려 지내면서 사소한 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질 소지는 다분하다. 여러 나라 출신 선원이 한데 섞이다 보니 서로의 풍습과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다양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내·외국인 선원 사이의 벽을 허물어주는 실효성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 때문에 나온다.

원양업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선원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말썽을 피우지 않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한국 선원의 지속적인 언어폭력 등이 범행의 불씨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외국인 선원 채용과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막을 수도 있는 사건"이라고 아쉬워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