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서 문책없이 수리, 은폐 의혹
- 학생안전 책임 취지 무색 비난

청소년 문제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자기가 맡은 학교의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경찰서는 경찰관의 사표를 정상적으로 수리해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2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부산 사하·연제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사하경찰서 소속 A경장은 지난 9일 개인적인 이유를 들먹이며 사표를 제출했고, 일주일 뒤인 15일 사표가 수리됐다.

경찰이 자체 파악한 결과 6년 차 경찰관인 A 경장은 2년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청소년의 학교 폭력 예방과 상담을 맡았다. 지난 3월부터 사하구의 한 고등학교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했다. 귀여운 캐릭터 탈을 쓰고 다녀 학생들 사이에 인기 있었던 A 경장은 이달 중순 이 학교 여학생과 자기 차에서 성관계를 했고, 학생이 이 사실을 학교에 알리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제경찰서 소속 B 경장 역시 지난달 10일 사표를 제출했고, 일주일 뒤인 17일 사표가 수리됐다. 1년간 학교전담경찰관 업무를 맡았던 B 경장 역시 자기가 관리하던 고등학교의 여학생과 성관계한 뒤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연제서는 이 같은 소문을 들은 부산시교육청이 학교전담경찰관이 바뀐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려 문의했지만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전담경찰관은 경찰관 한 명이 학교 한 곳을 전담 관리하며 학교 폭력 예방과 순찰, 상담 등을 맡는다. 이 제도는 2012년 도입됐으며, 부산에는 50명(남성 36·여성 14명)의 학교전담경찰관이 있다. 최근에는 학교전담경찰관이 SNS를 통해 학생들의 고민 상담까지 해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관이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이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사표를 제출한 것을 두고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위 파악에 나섰지만 해당 경찰관이 연락이 닿지 않아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경찰서는 두 사람 모두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사표를 제출한 뒤 검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 연루 여부를 확인했으며, 이상이 없어 사표를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표가 처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징계할 수는 없고, 14세 이상은 합의해 성관계를 가질 경우 처벌 대상이 아니다"면서 "당시 상황을 파악해 폭행 등 강압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해명했다.

권용휘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