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상부 보고 않고 은폐

- 기강 해이 · 도덕성 추락

학교폭력 예방과 청소년 보호 임무를 맡은 학교전담경찰관이 자신이 관리하던 여고생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사실(본지 지난 25일 자 6면 보도)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더욱이 일선 경찰서가 이 같은 비리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은폐하려 했다는 점에서 경찰 조직의 기강 해이는 물론 공권력의 도덕성 추락과 국민적 신뢰 상실이 심각하다.

부산경찰청과 부산시교육청은 학교전담경찰관 두 명이 자신의 관리 대상이었던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진 사건과 관련해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당사자인 사하경찰서 A(34) 경장 및 연제경찰서 B(31) 경장과 아직 '접촉'도 못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이들과 접촉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려 하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연락이 되지 않아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전에 '성관계 사실'을 알고도 이들 경찰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건을 덮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조직 전체가 지탄을 받고 있다. 사하경찰서의 경우 해당 여고생이 다니던 학교에서 경찰서에 '성관계 사실'을 알렸으나, 조사를 벌이지 않고 사표를 서둘러 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교육 당국은 학교폭력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권한을 경찰에 이관한 셈인데, 경찰이 공권력을 제대로 실행하기는커녕 10대 여고생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점에서 당혹해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학부모와 시민들은 '경찰 공권력의 배신'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청소년의 안전 책무를 짊어진 학교전담경찰관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고 충격적이라는 데 공분하고 있다. 고등학생 딸을 둔 주부 김정연(46·부산 동래구 명장동) 씨는 "최근 딸이 학교폭력전담경찰관과 상담한 적이 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자 등골이 오싹하다"며 "경찰이 시행하고 있는 학교전담경찰관을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중·고교에 다니는 두 딸의 학부모 박지연(43·부산 동래구 복천동) 씨는 "가뜩이나 성폭행에다 살인 사건까지 치안이 불안해 가슴을 졸이고 사는 마당에 경찰에서 이런 사건이 생기면 딸 가진 부모들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시민들은 "해당 경찰 2명 모두 현재 사표가 처리된 상태라 사실상 강제 조사나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경찰의 설명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건의 실체를 밝혀 학교전담경찰관 제도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결국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우선 당사자와 접촉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해당 경찰서에서 사전에 이를 알고도 사표를 수리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