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인사 전통복 차림으로 환영
- 현지 대학생들과 문화 교류 나눠
- "한국 문화 중심 진행 아쉬워"

지난 23일 오전 6시 유라시아 부산원정대를 태운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이르쿠츠크 역에 멈춰 섰다. 원정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1시간을 달려 하바롭스크에 도착한 뒤 또다시 56시간을 이동해 이곳에 발을 디뎠다. 휴일 이른 시간이지만 이르쿠츠크 주정부와 시정부, 외교부 인사들은 전통 복장 차림으로 환영식에 참석해 '스카프와 우유'(환영과 소중함의 뜻)를 나눠줬다.

환영식은 원정대가 방문하는 도시마다 이어졌다. 그동안 찾은 3개의 도시 모두 원정대의 방문에 고마움과 관심을 표했다. 앞으로 가게 될 4곳의 도시도 환영식을 가질 예정이다. 원정대는 이들의 환대에 화답하고 '물류 길'을 열며 친선 교류를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문화·경제 분야 현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라시아 부산원정대원들이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문화교류를 하고 있다.

■원정대 행사마다 주요 인사 참석

유라시아 부산원정대는 24일 러시아 이르쿠츠크 예술극장에서 '부산영화제'를 열고 현지 시민 400여 명과 함께 '국제시장(내 아버지의 연가)'을 관람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가운데 근현대 역사까지 소개할 수 있는 작품으로 골랐다. 특히 이 자리에는 세르게이 레브첸코 이르쿠츠크 주지사가 한국 행사에 처음으로 참석해 무게를 더했다.

앞서 예술극장 앞에서는 '한국음식축제'가 열려 갈비 김치 등 부산에서 준비해간 한국 음식이 관람객에게 제공됐다. 러시아 관람객 지니스 클로푸쉬(34) 씨는 "우리도 전쟁을 겪으면서 많은 분이 희생을 하고 가족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며 "부산에 가게 된다면 영화 속 광복동이나 영도다리를 찾고, 다른 음식도 맛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지난 20일에는 하바롭스크 태평양국립대학교에서 '부산-하바롭스크 경제교류회'가 개최됐다. 항공기 제작과 조선소, 채광 등이 주요 산업인 이 도시는 최근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이날 함께한 알렉세이 데트이쳅 주 정부 국제지역협력부 부장관은 향후 한국인의 방문과 교환학생에 행정적 편의를 약속하는 등 적극적인 교류 의사를 보였다.

■ 유라시아 시대 함께할 대학생 만남

원정대가 묵은 크레스토 바야파트 호텔에서는 지난 23일 이르쿠츠크 학생들과 함께 '부산-러시아 차세대 리더 교류'가 진행됐다. 부산·창원 대학생 16명과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은 현지 대학생 3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로의 언어로 도시를 설명하고 K팝을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러시아 학생들은 '유라시아 부산원정대'가 쓰인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오는 등 원정대를 반겼다.

유창한 한국어로 이르쿠츠크를 소개한 바투에바 이리나(22) 씨는 "한국의 화장품 광고를 보고 한국 연예인과 대중문화에 관심을 두게 돼 대학도 한국어학과를 졸업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원정대원인 장현주(경성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씨는 "시베리아라는 낯선 땅에서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금세 친해졌고, SNS를 주고받으면서 오랜 시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설렌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원정대원은 "한국문화 중심으로 진행돼 애초 '교류'라는 취지를 살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