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수용거실 규모 평균 7.62㎡
- 지병·중상 상태 격리땐 더 위험

- 의사 1명 재소자 467명꼴 관리
- 하루 평균 7·8명 외부통원 조치
- 2명 사망에 인권위 등 조사 착수

사상 유례없는 폭염 속 부산교도소에서 선풍기조차 없는 조사수용방(조사실)에 수감됐던 재소자 2명이 잇달아 사망(본지 지난 20일 자 5면 등 보도)하면서 교정 당국의 부실한 재소자 관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정 당국이 중상을 입은 재소자에게 치료보다 징벌만 강조하면서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죗값을 치르는 재소자를 냉담하게 대하는 사회적 인식이 재소자의 인권 보장과 처우 개선보다 징벌 위주의 교정 행정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교도소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 대구교정청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다.

	폭염 속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부산교도소 내 재소자 방. 국제신문DB

■'인권 사각지대' 조사실

지난 19일과 20일 잇따라 숨진 부산교도소 재소자 2명은 교도소 내 '조사수용 거실'에 수감됐다. 조사수용 거실 수감은 징벌 대상자의 징벌 수위가 결정되는 징벌위원회가 개최(통상 매주)되기 전에 말 그대로 조사를 위한 격리 공간이다. 징벌위원회의 결론에 따라 대상 재소자는 '징벌 거실'로 가서 징벌을 받거나 훈방 조처돼 일반 수용실로 되돌아간다. 부산교도소에는 조사수용 거실과 징벌방이 모두 21개가 있고, 방의 면적은 평균 7.62㎡다.

이곳에는 선풍기가 없다. 자살이나 자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그 대신 24시간 냉수욕이 가능하고, 식수도 얼린 생수를 포함해 하루 세 번 지급하고 있다는 게 부산교도소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폭염의 기세를 볼 때 재소자(최대 수용인원 3명)들이 이 좁은 공간에서 선풍기도 없이 지낸다는 것 자체가 징벌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숨진 재소자들은 지병이 있거나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조사수용방에 수감됐다는 점에서 부산교도소의 비인권적 조처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국 교정시설 대부분도 사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 일반 수용실도 선풍기만 가동될 뿐이어서 재소자들은 말 그대로 더위를 견디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폭염 속 교정 당국의 재소자 관리 정책을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의사 3명이 1400명 건강 책임

부산교도소는 의료과장을 포함해 의사 3명이 재소자의 건강 및 보건 실태를 관리하고 있다. 23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부산교도소의 현재 전체 수용자는 1400여 명이다. 수용 정원(1140명)을 300명이나 초과한 상태다. 산술적으로 의사 1명이 재소자 467명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다. 그 외 의료진은 간호사 5명과 간호조무사 4명, 응급구조사 2명 등 11명으로, 야간에는 이들 가운데 1명이 숙직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응급 환자가 발생할 경우 교도소의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부산교도소는 '꾀병'을 포함해 의무과를 찾는 재소자는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지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가급적 외부 민간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한다고 설명했다. 매일 재소자 7, 8명은 외부 통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달 사이 양산부산대병원을 다녀간 부산교도소 재소자는 15명으로, 숨진 재소자 2명 외에는 모두 비뇨기과 등 내과 계통 치료를 받으러 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교도소는 구포성심병원, 부산구치소는 좋은삼선병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재소자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

■인권위, 재소자 인권 실태 조사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 지난 19일 숨진 재소자의 유족이 낸 진정을 부산사무소에 배당해 조만간 부산교도소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진정 내용을 바탕으로 의료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법무부와 대구교정청도 이날 부산교도소에 조사 인력을 보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의료기록을 파악하는 등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송진영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