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진 수·의료장비 태부족에
- 응급환자 대처 매뉴얼도 부실
- "제대로된 진료 유무 알수 없어"

- 2013년 전주교도소 재소자 사망
- 인권위, 주의·재발방지 권고에도
- "인권침해 등 제도적 문제 없다"
- 법무부·교정당국, 지적 무시

부산교도소 재소자 2명이 잇달아 사망(본지 지난 20일 자 5면 등 보도)하면서 교정 당국의 부실한 응급환자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의사 3명이 재소자 1400여 명의 건강을 관리하는 교도소 의료 환경과 함께 응급환자 발생 때 당국의 대처 매뉴얼도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25일 징벌 위주의 교정 행정에서 벗어나 최소한 재소자의 치료 인권은 보장하는 교정 당국의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의료 체계' 불신 가중

부산교도소 조사수용방에 수감됐다가 숨진 이모(37) 씨는 당뇨와 고혈압을 앓았다. 이 씨 유족은 "교도소에서 약을 제대로 주지 않아 외부 병원에서 약을 받아 전달하려고 매주 면회를 갔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사망자 서모(39) 씨도 당뇨와 간질약을 복용했다. 물론 교도소의 의무기록지를 유족이 파악한 결과 약은 지급된 것으로 돼 있지만 서 씨 유족은 약 처방 등 서 씨의 건강 관리와 관련한 교도소의 대응을 문제 삼고 있다.

서 씨 유족은 "구포성심병원 의료기록에 보면 이미 경련과 고열로 서 씨가 쓰러진 상태에서 실려 왔다고 기록돼 있다"며 "하루 전까지 (서 씨가) 멀쩡했다는 교도소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교도소에서 질병을 앓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재소자들에게 어떠한 진료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 씨 유족은 "(서 씨의) 상태가 위중한데 구포성심병원으로 데려가 40분씩 검사를 할 여유가 어딨느냐"며 "양산부산대병원 등 대형병원으로 바로 데려갔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부산교도소는 '꾀병'을 포함해 의무과를 찾는 재소자의 집계가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가급적 외부 민간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처한다고 설명했다. 응급환자 역시 즉각 외부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가족은 물론 외부와 격리된 교정 시설에서 응급환자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객관적으로 알 수가 없다.

■인권위 권고 무시하는 교정당국

재소자 건강 관리 실태와 관련, 당국의 인식이 확연히 드러난 일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3년 전주교도소 재소자가 간 질환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 재소자가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진정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인권위는 "(교정 당국이) 입소 이후부터 응급이송 전까지 간 질환 이상 소견과 관련한 추가 검사 등 의료 조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더라도 건강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이 나온 만큼 사후 관리를 해야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전주교도소장에게 의료과장을 주의 조처하고, 법무부 장관에게는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법무부와 전주교도소는 "피해자의 간 질환 관련 증상의 호소나 치료 요구를 무시하거나 방치한 사실이 없으며 이 사건에서 인권침해에 해당할 정도의 제도적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며 인권위에 수용 불가 입장을 회신했다. 인권위는 이례적으로 이들 기관의 '수용 불가' 입장을 공표했다. 인권위는 2011년과 2013년 각각 제주교도소와 경북 북부제1교도소에서 사망한 재소자 측의 진정에 대해서도 "교도소의 의료조치가 미흡했다"고 결정했다.

부산변호사회 이채문 인권위원장(제1부회장)은 "부산교도소의 의료 체계나 관련 규정 등을 검토한 뒤 법령에 위배된 부분과 인권 침해 소지 등을 파악해 개선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송진영 안세희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