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 흔들린다" "기름 냄새"
- 부산서 어제까지 53건 신고
- 컵 수면 수시 확인 위안도

- 현기증 증세 통영 40대女
-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
- 지진대처 교육 필요성 절감
- 119안전체험관 참가 배로

경남 통영에 사는 최모(여·44) 씨는 지난 13일 가슴이 답답한 증세가 가시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최 씨에게 지진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정을 내렸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자연재해·사고를 경험한 뒤 계속해서 공포감과 고통을 느끼는 질환이다. 최 씨는 "난생처음 지진을 경험한 후 작은 진동에도 공포감을 느끼며 현기증 증세를 보였다. 실제 지진 때문인지 아닌지 헷갈려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부산 동래구 온천동 119안전체험관에서 어린이들이 지진 대피 체험교육을 받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kookje.co.kr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일상생활 속 작은 진동에도 깜짝 놀라거나 지진계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 수시로 지진 여부를 확인하는 등 지진 공포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18일 부산시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진 발생 후 부산에서만 53건의 여진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 13일 오전 9시19분 영도구 남항동에서는 베란다에 서 있던 옷걸이 장이 여진에 넘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날 오전 11시16분 강서구 강동동에서는 땅이 쿵쿵거리며 흔들린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건물 일부가 훼손되거나 벽면에 생긴 금이 지진 때문은 아닌지 확인해달라는 요청도 7건에 달했다. 중구 보수동에서는 "심한 기름 냄새가 난다. 지진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인 시민도 있었다.

신고가 실제 여진에 의한 것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기상청 국가지진화산센터 관계자는 "12일 밤 경주 남남서쪽 9㎞와 8㎞에서 각각 규모 5.1과 5.8 지진이 발생한 뒤 해당 진원 인근에서는 여진이 잇따랐다"며 "규모 3.0 후반대의 강한 여진도 여러 차례 발생해 부산에서도 감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충분히 그 여파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진 공포가 커지면서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자구책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김진희(여·31·부산 강서구 명지동) 씨는 "자꾸만 여진이 느껴지는 것 같아 거실 테이블에 물을 채운 투명한 컵을 뒀다. 잔잔한 수면을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진계' 앱을 설치하는 사람도 있다. 지진계 앱은 휴대전화 주위에서 발생하는 진동의 강도를 측정해 특정 규모 이상의 진동이 발생하면 알람을 통해 이를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경주에서 지진 발생 이후 이 앱을 설치했다는 한 사용자는 "국민안전처를 믿는 것보다 이 앱이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15종의 지진계 앱은 18일 오후 6시30분 현재 155만여 명이 내려받았다.

지진 체험 교육을 받는 이도 늘었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동래구 온천동 부산119안전체험관은 지진 체험 교육을 받으려는 아이들과 학부모로 북적였다. 이날 지진 체험 교육이 포함된 자연재난 코스 참가자는 총 61명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11일 37명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11일 첫 교육 시간인 오전 9시45분에는 20명의 예약자 중 참석자가 한 명도 없어서 교육 자체가 취소됐지만 이날은 20명의 예약자 가운데 18명이 참석해 경주 지진 이후 높아진 관심을 대변했다.

이날 여덟 살 딸과 함께 현장 접수해 교육을 받은 김종국(42·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씨는 "경주 지진 때 딸이 대처법을 몰라 허둥댔다는 얘기를 듣고 체험 교육을 받기 위해 방문했다"며 "지진이라고 하면 남의 일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 지진을 계기로 철저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최승희 박호걸 김민주 기자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