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지원서를 통해 부모의 직업과 재산 등 차별적인 내용을 묻는 부산 공공기관들의 잘못된 관행(본지 지난 7월 15일 자 2면 보도)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최근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등 지역 내 모든 공공기관에 공문을 보내 입사시험 때 '표준이력서'를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공문에서 "신규 인력 채용 때 표준이력서를 기준으로 해 필수 자격 요건 외에 불필요한 항목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고용노동부가 2007년부터 사용을 권장한 표준이력서에는 출신 학교, 신체, 건강, 장애, 가족 정보 등의 내용이 들어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학력이나 연고에 따른 입사 불평등을 없애려고 표준이력서 도입을 추진했지만, 정작 시 산하 공공기관들은 그동안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의당 부산시당 청년위원회는 지난 7월 지역 49개 공공기관의 입사지원서를 전수 조사해 그 결과를 발표했고,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시가 이번에 대책을 마련했다. 당시 정의당 시당의 조사에서는 대부분 공공기관이 가족의 학력과 직업, 동거 여부, 부양가족, 본적, 이전 직장의 연봉, 퇴직 사유, 부동산 보유 현황, 장애 등급 등 업무와 무관한 구직자 정보를 대거 수집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앞으로 부산지역 공공기관 입사지원서에 표준이력서 양식이 적용되면 구직자들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가족들의 직업이 무엇인지, 출생지가 어디인지, 결혼을 했는지 등 민감한 개인 신상을 밝히지 않은 채 입사시험을 볼 수 있다. 대신 자격증, 직업교육 여부, 경력 등이 업무 능력을 검증하는 척도가 된다.

시는 그러나 애초 정의당 시당이 요구했던 '부산 공공부문 표준이력서 도입 의무화 조례' 제정은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아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당 시당 이영봉 청년위원장은 "조례 제정에 대한 시의 답변을 명확하게 받지 못한 점은 실망스럽다. 하지만 시가 산하 공공기관에 표준이력서 반영을 요청한 조처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표준이력서의 법제화와 시의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범 기자 pear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