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려해상국립공원 핵심이자
- 이 충무공이 이끌었던
-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섬
- 한산도에 조성된 12㎞ 탐방로

- 오르는 능선능선 우와~ 우와~
- 보석같은 풍경 감탄 뒤에
- 임란 격전의 현장임을 알고
- 또 다른 역사적 감흥에 젖어

이충무공의 숨결이 서려 있는 경남 통영 한산도는 세계 4대 해전사에 빛나는 한산대첩의 주 무대다. 이충무공의 유적지인 한산도 제승당(사적 113호)은 한때 전국의 중·고교 수학여행지로 각광받았을 정도다. 이 섬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중심지이자, 장군이 이끌던 삼도수군통제영(지금의 해군사령부)이 최초로 설치됐던 역사의 섬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이 섬에 조성한 '한산도 역사길'은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의 6개 구간 중 제2구간이다. 탐방로는 총 12㎞ 구간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섬의 여객선 선착장에서 출발해 면 소재지가 있는 진두마을을 가로지르는 코스다. '한산도 역사길'이란 이름은 오르는 능선마다 임진왜란 당시 격전이 펼쳐졌던 현장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길은 '역사'와 '걷기'라는 두 가지 테마로 한산대첩과 이충무공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 보는 국내 유일한 코스다.

	한산도 역사길 탐방로 중 망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한려수도 전경.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제공

■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구국현장

한산도로 가려면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매 시각 정시에 운항하는 카페리선을 이용해야 한다. 소요 시간은 25분.

한산도로 가는 뱃길은 운치가 있다. 한려수도를 이루는 크고 작은 섬들이 사방에 점점이 흩어져 있고, 물살은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유연하다. 섬 도착에 앞서 만나는 '거북등대'는 한산도가 충무공의 숨결이 서린 역사 현장임을 알려준다. 거북등대 맞은편 앞으로는 해갑도가 자리 잡고 있다. 작은 무인도인 해갑도는 이충무공이 해전을 승리로 이끈 후 잠시 갑옷을 벗고 쉬었던 곳이다.

한산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한려해상국립공원 탐방지원센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이곳에서 탐방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곳 지명은 행정구역상 '두억리'. 한산대첩 당시 일본 전선이 격침돼 일본 수군들이 도망치다가 목이 수억 잘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한산도 역사길' 탐방로는 선착장에서 왼쪽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어가면 시작된다. 입간판과 함께 도로 위에 파란색으로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이란 안내 표지가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탐방로 출발지인 이 마을은 '덮을개'라 불린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발각되지 않게 조선 수군의 함선과 무기 등을 덮어 위장했다는 마을이다.

■ 역사 속에 머물 수 있는 탐방코스

벽화마을을 지나 조금만 올라가면 '거북등대 전망대'가 나오고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2구간'을 알리는 출입문을 만난다. 탐방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두 번째 전망대인 '학익진 전망대'에 도착한다. 왜선을 둘러싸고 대승을 거둔 '학익진'이 펼쳐졌던 한산도 앞바다가 보인다.

전망대 왼쪽 아래에 소고포마을이 있다. 통영에서 출발하는 배는 제승당 선착장에 내리지만, 거제에서 출발하는 배는 소고포마을에 닿는다. 소고포는 임진왜란 당시 염전을 운영했던 곳이다. 충무공은 이 마을에서 소금을 생산해 군량미 등 군수물자를 비축했다.

'학익진 전망대'에서 대촌삼거리를 지나 망산교에 이르는 구간은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능선이다.

망산교에서 망산(293m) 정상까지 이르는 구간은 이 탐방로의 최대 난코스. 가파른 나무계단과 흙길을 30분 이상 쉼 없이 오른다. 정상에 올라서면 왜 망산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왜적의 동정을 살피던 곳인데, 전망이 빼어나다. 한산도와 다리로 연결된 추봉도와 그 뒤로 용초도 등 한산도 일대는 물론 매물도와 멀리 거제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 마을마다 넘쳐나는 스토리텔링

	소나무 능선길을 걷고 있는 탐방객들.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휴월정'이란 정자가 나온다. 달도 쉬어간다는 곳이다. 여기부터 하산길이다. 하산길은 진두마을과 야소마을, 두 갈래로 나뉘는데, 대부분 탐방객은 진두마을로 내려온다. 진두마을은 조선시대 당시 수군이 진영을 쳤던 곳이고, 야소마을은 무기를 만들던 곳이다. 진두마을 하산길은 40분 정도 걸리는데, 가파르니 주의해야 한다. 하산 후 선착장으로 되돌아 가려면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마을버스는 배 시간에 맞춰 한 시간에 한 대씩 섬 마을을 순환한다.

한산도를 찾는 대부분은 제승당만 둘러보고 돌아간다. 하지만 한산도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한려수도의 비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망산에 올라야 한다. 그만큼 탐방코스가 빼어나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 이아름 씨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이순신 장군과 한산대첩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탐방코스는 이곳이 유일하다. 이 코스가 최근 인기를 끌면서 찾는 탐방객이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이충무공 관련 마을들을 둘러보자. 조선 수군 군량 창고가 있었던 창동, 숯을 만들던 숯덩이굴, 병선을 건조하고 수리하던 비추리, 왜적이 도망갈 길을 물었다는 문어포 등이 그것이다.


# '한산섬 달 밝은 밤' 영웅의 고독이 깃든 제승당

	하늘에서 내려다본 제승당. 통영시 제공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이충무공이 이 시를 읊었던 곳은 한산도 제승당(사적 113호) 수루다. 한산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제승당이다. 이 섬의 관광 필수코스다. 선착장에 도착하면 오른편으로 제승당이 한눈에 들어 온다. 해안가를 따라 잘 정돈된 길이 수려한 바다 풍경과 어우러졌다.

제승당은 충무공의 집무실이자 참모들과 작전을 짰던 곳이다. 제승당은 '승리를 만드는 집'이란 뜻. 충무공은 이곳에서 난중일기 1491일분 중 1029일분을 썼다고 전해진다.

제승당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편으로 수루가 복원돼 있다. 수루에 오르면 한산도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수루에는 충무공이 읊었던 시가 나무현판으로 걸려 있다. 온갖 모함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싸워야 했던 고독한 영웅의 비애가 가슴 절절히 와 닿는다.

제승당 경내 활터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가로질러 설치한 과녁이 있다. 과녁 3개가 바다 건너 145m 맞은편 산에 있다. 밀물과 썰물의 교차를 이용해 해전에 필요한 실전 거리 적응 훈련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한산도와 다리로 연결된 추봉도는 몽돌해수욕장으로 유명하다. 2007년 연도교 개통 이후 한산도를 오가는 마을버스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바닷가의 1㎞에 걸쳐 까맣고 탐스러운 몽돌이 깔려 있다. 몽돌이 파도에 밀리면서 내는 '촤르르~ 사르르~' 소리를 들으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이곳 몽돌은 수석 애호가 사이에서 '봉암 수석'으로 불릴 만큼 명성을 얻었다. 지금은 몽돌 반출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있던 포로 중 일부가 이 섬에 분산 수용되면서, 섬 주민들이 강제로 쫓겨났던 아픔도 간직한 섬이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