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속조치 없이 탈출 기사 구속
- 시신 감식결과 유족에 통보

지난 13일 밤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20명의 사상자를 낸 울산 관광버스의 블랙박스가 불에 타 당시 참사의 원인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울산 울주경찰서는 "블랙박스 확보를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고 버스에 대한 현장 감식을 했으나 찾지 못했다"고 16일 밝혔다. 블랙박스가 사고 당시 고열에 녹아 형체조차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버스 내에 설치된 블랙박스는 사고 당시의 영상을 담고 있어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경찰은 블랙박스만 확보되면 복구 작업 후 촬영된 영상을 분석해 사고 원인을 가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현재 사고 버스 운전기사 이모(48) 씨는 앞 타이어 펑크로 버스가 오른쪽으로 쏠리는 바람에 도로 바깥쪽 분리대와 충돌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승객들은 "운전기사가 앞서가던 다른 두 버스 사이로 무리하게 끼어들기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라며 운전기사 이 씨의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블랙박스 확인을 통한 사고 원인 규명이 어려워지자 경찰은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고속도로 CCTV 영상과 사고 버스의 타이어 조각 일부를 수거해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문제는 거리와 각도 등 촬영된 CCTV 영상이 실제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타이어 등 수거한 버스 잔해들도 대부분 심하게 그을리거나 불에 타는 등 형태가 온전치 않아 규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경찰 관계자는 "결과가 나오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타이어 조각 감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펑크가 났는지만 확인되면 사고 원인을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운전기사 이 씨가 출발 전 탈출용 망치 위치를 승객에게 안내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 씨가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탈출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 씨는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경찰은 더욱 확실한 증거 확보를 위해 이 씨의 소속 회사인 울산 태화관광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번 사고 사망자들에 대한 신원을 국과수 DNA 감식을 통해 확인한 뒤 이날 유족들에 통보했다. 또 현장에서 수거해 감식한 목걸이와 휴대전화 등 유품도 전달했다. 유족들은 사고 발생 후 사흘 만에 시신과 유품을 받고 또 한 번 오열했다. 유가족 대표 역할을 하던 진민철 씨는 불에 탄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받아들고 "이걸로 전화라도 했으면 달려갔을 텐데… 아버지… 아버지"하며 오열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현재 합동분향소와 가족별 빈소는 울산국화원에 차려져 있다. 방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