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전과 평화를 노래한 밥 딜런
- 가수 최초로 노벨문학상 받아
- 수상자격 놓고 논란있지만
- 인류복지 공헌에는 이견 없어
- 노벨상 권위 탈피 긍정평가도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2016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올해 노벨 문학상 유력 수상 후보로는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케냐의 응구기 와 시옹오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발표된 수상자는 놀랍게도 예상외의 인물인 미국의 밥 딜런.

시인이 아니라 가수로 알려진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노벨상의 이변'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목할 만한 소식이었다.

밥 딜런에게 노벨 문학상의 영예가 돌아간 비결은 무엇일까.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상문학상 수상자로 가수 밥 딜런을 선정했다고 최근 발표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사진은 2012년 밥 딜런이 프랑스에서 공연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시가 아닌 노래로 평화를

밥 딜런은 1941년 미국의 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10살 때부터 시를 써 온 그는 1959년 미네소타 대학에 입학했으나 2년 뒤 중퇴하고 뉴욕으로 향했다. 평소 자신의 우상이었던 가수 우디 거스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우상과의 조우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을 마련해줬고, 클럽을 전전하며 연주자로서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유명 음반 제작자의 눈에 띄어 콜롬비아 레코드를 통해 데뷔하게 된다.

1963년 그가 발표한 앨범 'The Freewheelin Bob Dylan'은 당시 미국사회 전역으로 확대되던 흑인 인권 운동, 여성운동 등과 맞물려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앨범 수록곡인 'Blowing in the wind'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가사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널리 불려졌다.

당시 비틀스와 같은 음악가들이 밥 딜런과 더불어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음악을 통해 전파하면서 밥 딜런은 미국을 대표하는 평화의 음유시인으로 자리 잡게 된다. 미국 연방법원도 판결문에 그의 가사를 인용할 정도였다고 하니, 밥 딜런은 단순히 인기 있는 음악가가 아니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메시지를 음악과 함께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학가 아닌 수상자 이전에도 있어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노벨 문학상이란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을 써 온 작가들에게 수여된다. 그렇기에 이번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세간의 관심과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세계적인 문학가들의 작품이 밥 딜런의 노래보다 가치가 떨어진다고 봐서는 안 된다는 반대여론도 퍼지고 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노벨상에 너무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전통적인 문학 작품이라는 틀을 벗어난 이번 수상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밥 딜런과 같이 문학가가 아닌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02년 노벨 문학상은 역사학자인 테오도르 몸젠이 수상했다. 철학자인 루돌프 오이켄(1908)과 앙리 베르그송(1927), 버트런드 러셀(1950)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를 저지한 공로를 인정받은 영국의 정치인 윈스턴 처칠(1953)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비록 수상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64)와 같이 전쟁에 반대하거나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가 인정된 수상자도 있다.

이처럼 노벨 문학상은 인문학과 세계 평화라는 더욱 넓은 관점에서 수상자가 결정된다. 이는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상을 수여하고자 하는 노벨상의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선의의 의도로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서 살상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목격하고 그에 대한 참회의 의미로 자신의 전 재산을 기금으로 조성해 노벨상을 수여할 것을 유언으로 남긴 알프레드 베르나르드 노벨. 그리고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노래한 가수 밥 딜런. 비록 시대를 달리하지만, 두 사람이 꿈꾸는 세상이 같다는 점에서 이번 노벨 문학상에 대한 반대 여론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선미·사회자본연구소 대표

김정덕·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NIE 강사


■생각해 볼 점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이 2016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작가가 아닌 비문학인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랍니다. 역대 비문학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은 어떠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을 받았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 테오로드 몸젠(1902)

- 루돌프 오이켄(1908)

- 앙리 베르그송(1927)

- 버트런드 러셀(1950)

- 윈스턴 처칠(1953)

- 장 폴 사르트르(1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