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전자 무리하게 진로변경하다
- 방호벽 충돌 후 연료탱크 발화"
- 버스업체 대표·현장소장도 입건

지난 13일 승객 10명이 숨진 울산 관광버스 화재사고는 운전기사의 과속 운행과 무리한 끼어들기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울주경찰서는 31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사고 직후 버스기사가 주장했던 '타이어 펑크'는 초기 원인이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버스기사가 주장했던 타이어 펑크가 아니라 버스가 콘크리트 방호벽을 1차로 들이받은 뒤 우측 앞바퀴 타이어가 터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타이어가 먼저 터져서 차가 급격히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라, 버스가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시도하다가 방호벽을 들이받으면서 그 충격으로 타이어가 터졌다는 것이다. 이는 도로 노면이나 최초 충격 지점에서 확인된 타이어 흔적으로 미뤄 내린 결론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버스의 블랙박스, 운행기록계, 속도제한장치 등은 화재로 모두 소실돼 분석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 사고 버스의 진로 변경 전 속도는 시속 108㎞나 됐다. 당시 해당 구간의 제한속도는 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시속 80㎞였다.

이를 종합하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1차로를 시속 108㎞로 달리던 버스가 언양분기점을 500m가량 앞두고 2차로로 진로를 변경하기 위해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하다가 도로변 방호벽을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버스 앞쪽의 오른쪽 하부에 있던 연료탱크와 타이어가 터졌고, 이때 누출된 연료에 2차 충격으로 발화된 불길이 삽시간에 버스로 번졌다. '버스기사가 승객 구호 노력 없이 제일 먼저 탈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경찰은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버스기사 인상착의, 이동 경로 등을 분석한 결과, 최소 6명의 승객이 버스에서 빠져나온 뒤 버스기사로 보이는 남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고버스 운전사 이모(48) 씨를 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한 데 이어 관광버스업체 대표 이모(65) 씨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사고 지점 도로 확장공사 현장소장인 이모(49) 씨와 수사 과정에서 무면허 운전사실이 드러난 사고 관광버스업체 소속의 다른 운전사 권모(56) 씨 등 2명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태화관광 대표 이 씨는 운전사 권 씨가 2014년 6월 8일부터 7월 7일까지 한 달간 운전면허 정지 상태인데도 버스 운행을 맡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건설 소장 이 씨는 도로 확장공사 구간에 사고 방지를 위한 도로표지판이나 노면표시 등을 부실하게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대건설이 사고 현장 주변에 제한속도, 언양분기점 진입 등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노면표시를 사전에 신고한 내용보다 부실하게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지난 13일 밤 10시11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언양분기점 500m 전방에서 관광버스가 콘크리트 가드레일을 들이받으면서 화재가 발생해 승객 1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승객들은 대부분 한화케미칼의 퇴직자 모임인 '육동회' 회원들로 부부 동반으로 4박 5일 중국 장자제 여행 후 귀갓길에 사고를 당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