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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의 부산항 이야기 <53> 해상 밀수의 대명사 '이즈하라 특공대밀수'(하)

도망가던 밀수선 기관총 맞고 침몰…밀수왕, 세관과 비밀면담 후 쇠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1-20 19:40:2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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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관감시선, 일본순시선에 납치
- 한일 밀수방지 공동성명 채택

우리 속담에 '찬물도 상이라면 좋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상 받기를 좋아한다는 의미다. 1950년대 말 시대 상황을 대변하는 표어 한 구절에 눈길이 간다. '2억 환의 밀수제보, 1억 환의 상여금'이란 포상금제 말이다. 얼마나 밀수가 극성을 부렸기에 밀수검거 금액의 절반을 제보자에게 상금으로 주겠다는 것일까.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에 납치돼 한일외교 문제로 비화됐던 부산세관 소속의 10t급 목선인 감시선 독수리6621호.
포상금제는 밀수에 대한 고발의식 고취와 악조건 속에서 밀수단속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처럼 포상금이 확대되자 일부 밀수단속 직원들은 빚을 내 개인전용 감시선박과 지프차량을 구입했다. 당시만 해도 감시 장비가 노후된 데다 세관감시선과 관용차량은 눈에 띄여 단속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예 개인 전용 선박을 밀수선과 똑같은 모양으로 건조할 정도로 포상금만큼이나 밀수의 파고도 높아만 갔다.

특공대밀수가 공적의 표적으로 급부상하게 된 데는 1965년 현충일에 있었던 월광카바레 앞 밀수사건에서 비롯된다. 이 사건은 야근 중 현장을 적발한 경찰관을 밀수범들이 구타하고서는 검거자마저도 타 권력기관으로 넘겨버린 아주 파렴치한 사건이었다. 정부는 공권력에 정면도전을 한 것으로 보고 모든 정보 권력수사기관이 참여한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대대적인 밀수조직 검거에 돌입했다. 특히 해상밀수 봉쇄작전을 펼치기 위해 지금의 통영에 본부를 둔 특별감시선단도 조직했다.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입수를 위해 군용 통신장비를 휴대한 정보원을 이즈하라항에 잠입시켜 첩보활동을 전개하면서 해군으로부터 특수 쾌속정 2척까지 배당받아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이때 시범케이스로 걸려던 밀수선이 영덕호였다. 공해선상에서 길목을 지키는 감시선단과 마주친 영덕호는 수차례 정지명령을 받고도 도망을 치다 결국 기관단총 세례를 받고 침몰됐다. 다행히 선원 2명은 살아남았지만 밀수조직에게 준 충격은 너무나 컸다. 이렇게 육·해상에서 24시간 밀수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서도 특공대 밀수왕의 방향전환을 위한 일들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었다. 드디어 1967년 10월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부산세관 심리과장 등이 처음으로 대마도 이즈하라항을 공식 방문했다. 여기서 밀수왕 이정기 등과 여관에 마주앉은 수사진들은 수차례 대화를 나누면서 어려운 결실을 하나 일궈냈다. 밀수왕을 비롯한 일행들이 연내까지 밀수에서 손을 떼겠다는 약속이었다.

이렇게 특공대밀수가 서서히 쇠락의 늪으로 빠져가는 가운데 이듬해 6월 또 다른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즈하라항 앞 해상에서 밀수선 금영호를 검거, 예인하던 부산세관감시선 독수리 6621호가 일본순시선에 납치된 것이다. 감시선은 6시간 뒤 풀려나긴 했지만 이 일로 인해 특공대밀수가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처음으로 외교문제로 떠올랐다. 이어 두 달 후 열린 한일각료회담에서 일본 측은 대마도 밀수방지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공동성명으로 채택했다. 이에 밀수두목도 그해 12월 말 밀수결별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이즈하라특공대밀수는 사실상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부산세관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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