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서 낸 뒤 이관 가능하지만
- 30년 넘게 안나와 반출 막혀
- 2011년 이전 유물엔 규정도 없어
- 시, 박물관 세워 환수 계획 차질

'2000년 가야' 부활을 꿈꾸는 경남 김해시가 시립박물관 건립을 통해 전국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김해지역 출토 문화재 1만여 점(파편 포함)의 환수를 추진 중이지만 현행 법 미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법 보완 등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김해시에 따르면 1980년 이후 김해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재 1만142점이 김해로 돌아오지 못한 채 해당 유물을 발굴한 전국 대학 박물관의 문화재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30년 넘게 김해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들 유물은 주로 삼국시대~조선시대 토기, 말 부장품 등으로 2000년 김해 역사를 웅변해주는 귀중한 사료이다.

김해시 자체 조사결과 경성대박물관에 칠산동 고분군 유물 등 2757점, 동의대박물관에 양동리 고분군 유물 등 4729점, 동아대박물관에 덕산리 민묘군 발굴 유물 등 1093점, 부경대박물관에 대성동 소성유적 유물 등 744점, 울산대박물관에 능동유적 유물 등 819점이 각각 소장돼 있다.

김해시는 내년부터 국비 확보 등을 통해 시립박물관을 건립해 이들 유물 환수에 나선다는 복안이지만 관련법 미비 등 현실적 어려움이 많아 고민이다.

문화재 환수가 힘든 것은 2011년 개정된 매장문화재 보고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유물 발굴기관(민간회사 포함)은 발굴 후 2년 내 발굴 보고서를 작성한 뒤 문화재를 국가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출토 문화재를 자체 박물관 등에 보관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발굴기관의 꼼꼼한 발굴보고서 작성을 통한 문화재 확인 작업에 이어 귀속절차를 밟은 뒤 이관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 개정이 된 2011년 이전 발굴된 문화재는 별도 환수 규정이 없다. 또 6억~10억 원이 소요되는 보고서 작성 예산도 만만찮다. 특히 유물 발굴 작업 시점이 최고 30년 전이어서 당시 정확한 조사 자료가 남아있지 않을 경우 제대로 된 보고서 작성이 불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매장문화재는 어두컴컴한 대학 수장고에 있을 게 아니라 원래 발굴된 곳에 전시, 관리돼야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며 "현행법으로는 유물을 환수하는 데 어려움이 큰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동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