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AI를 잡을 수 있을까.

방역 작업 중인 공무원. 국제신문DB

　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장관은 16일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담화문 발표를 통해 AI 조기 종식을 위해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했다. 김 장관은 이날 담화문 발표에서 "정부는 AI 방역대책본부를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하고 범정부적인 대응체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AI 총력전을 피력했지만 AI는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15일 전남 나주의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 AI가 검출됐다. 이 농장은 이미 AI 확진 판정을 받은 씨오리 농장에서 1㎞ 정도 떨어진 곳이다. 나주에서 두 번째 AI가 확인되며 정부는 농장 간 수평감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부산 기장군에서도 AI 의심 신고를 한 농가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토종닭 27마리를 살처분했다. 16일 반경 3㎞ 이내 지역에 가금류 전수조사를 하고 현재까지 확인된 500마리를 살처분한다.

　정부의 초기대응에 실패해 AI를 조기에 종식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부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집회 등이 계속해서 열렸고 탄핵 정국까지 온 상황에서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11일 철새에서 AI 확진 이후 지난달 16일 충북 음성, 전남 해남 등 농가에서 AI가 확진될 때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AI에 관해 언급, 회의 등을 하지 않았다.

　초기 골든 타임을 놓친 대가는 혹독했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전국 7개 시·도, 26개 시·군에서 79건의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54건은 확진됐고 25건은 검사 중이다. 농가에서 AI 확진 이후 한 달만에 살처분 가금류가 16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김 장관은 "AI 조기 종식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축산 농가, 축산 관계자, 시·군 공무원,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