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핵균은 보유하고 있지만 전염성이 없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도 없는 잠복결핵 감염자 검진·치료를 대대적으로 시행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거세다. 잠복결핵 감염자의 90% 이상이 평생 결핵을 의식하지 않고 살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슈퍼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보건당국은 결핵 퇴치를 내세워 강행할 태세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병무청·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잠복결핵 감염자 진단·치료 사업에 내년 600억 원을 투입한다고 18일 밝혔다. 시범사업을 한 올해는 전국적으로 70억 원이 투입됐다. 예산 규모가 8.5배 커진 것이다.

병원·산후조리원·아동복지시설·학교 종사자와 국군 징병검사 대상자를 비롯해 42만8000여 명이 내년에 잠복결핵 검진을 받게 된다. 이런 대규모의 잠복결핵 진단 사업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부산시도 국·시비 10억7000만 원을 확보해 2만6800명을 상대로 결핵 검진과 처방을 할 예정이다. 부산에서는 올해 3053명(예산 1억5500만 원)에 대한 검진이 이뤄졌다. 내년 검진 대상자는 17개 시·도 중 경기도가 10만 명으로 제일 많고 서울(7만2000명)에 이어 부산이 세 번째다.

문제는 잠복결핵 확진자에 대한 투약 처방의 안전성이다. 보건당국은 체혈검사(이그라·IGRA)를 통해 잠복결핵 보균 진단을 받으면 투약처방을 권고한다. 투약 기간은 3~9개월이다. 이소니아지드 약제를 9개월간, 리팜핀을 4개월간 매일 복용해야 한다. 또는 두 약제를 3개월간 매일 복용해야 완치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두 가지 약제는 또 독성이 강해 부작용이 우려된다.

의료계의 우려 목소리는 크다. 일명 '불주사'로 불리는 결핵 백신 접종자 대부분이 잠복결핵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계가 국민의 30%를 잠복결핵 감염자로 추산하는 이유다.

약사 출신인 부산시의회 정명희(비례) 의원은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잠복결핵 감염자에게 매일 약을 먹게 하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느냐. 약을 잘 복용하는지 추적·관리하는 시스템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잠복결핵 감염자 가운데 실제 결핵환자로 발전하는 경우는 10%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의사 면허를 보유한 부산시 박주언 신종감염병대응팀장은 "안전성이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정부 정책이어서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결핵 발병률을 낮추려면 잠복결핵의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질병관리본부 박옥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잠복결핵으로 진단됐다고 해도 원하는 사람에게만 투약 처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

◇ 잠복결핵 검진·치료사업 쟁점 치료  필요한가 '불주사'로 불리는 백신 접종자 대다수가 잠복결핵 감염자의 90% 이상 감염 사실 모른 채 정상 생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질 때만 결핵 발병 가능성 부작용 약 독성 강해 간 수치 상승 등  가능성  ※자료 : 보건복지부·대한결핵협회·부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