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24% 독일 20% 사고 줄었다'
- 본지 입수·분석…일부 사례 그쳐
- 통행속도·사고에 영향없는 곳 많아
- 논문 "간선로 연구 더 필요" 밝혀

- 시뮬레이션도 비현실성 지적 많아
- 보험사 주도 정책개발도 문제로

부산시와 부산경찰청이 추진하는 중앙대로 제한속도 하향 조정(시속 60㎞→50㎞)은 중상·사망을 유발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선 도심 간선도로 제한속도와 교통사고 간 연관성을 연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교통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원인이 워낙 복합적이고, 국내 사고 지점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어 사실상 연구가 불가능했다"고 입을 모은다.

시와 경찰이 중앙대로 제한속도를 낮추면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 주장하는 유일한 근거는 교통안전공단의 보고서다. 공단은 지난 7~11월 전국 7대 특별·광역시를 돌며 도심 제한속도 하향 세미나를 열었다. 교통안전공단은 이때 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줄인 외국 일부 나라에서 중상·사망 등의 교통사고가 줄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상당 부분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 미 연방 도로관리국 논문 왜곡

교통안전공단이 인용한 외국 논문은 미국 연방 도로관리국이 발간한 '속도 및 속도 관리와 관련한 안전성 연구'다. 공단은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췄을 때 덴마크는 사망사고가 24%, 독일은 전체 사고가 20% 감소했다는 점을 들어 효과를 홍보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팀이 미 연방 도로관리국의 논문 원본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공단이 인용한 내용은 일부분에 불과했다. 논문이 소개한 사례를 보면 미국이 22개 주의 98개 도로(고속도로 제외)의 제한속도를 시속 8~32㎞ 하향했지만 교통사고에는 중요한 변화가 없었다. 논문은 '실제 통행속도에는 거의 또는 전혀 변화가 없었으므로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2010년 5월 도심 간선도로 15개 구간(77.9㎞)의 제한속도를 시속 70㎞에서 60㎞로 낮췄지만, 평균 통행속도엔 거의 변화가 없는 부산의 상황과 유사하다. 호주 역시 제한속도를 5~20㎞ 낮췄지만 사고 발생 추이에 눈에 띄는 결과가 없었고, 오히려 속도 변화가 없던 도로와 비교해 사고가 4% 늘었다. 도심 도로의 제한속도 하향 조정과 교통사고 발생 간 상관관계를 단정할 수 없는 셈이다.

따라서 이 논문은 '일반적으로 저속·중속도로의 제한속도를 변경하면 실제 통행속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사고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는 운전자가 게시된 제한속도와 관계없이 도로와 교통에 합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속도로 이동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제한속도가 높아지면 사고가 증가한다. 속도 제한의 순효과가 시스템 전반에 긍정적이라는 증거는 제한적이다. 제한속도 변경에 따른 순수한 안전성 효과를 평가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공단이나 시의 해석대로 제한속도 하향이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다.
■ 전문가들 "시뮬레이션 문제많다"

시와 경찰이 제한속도 하향으로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 주장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시뮬레이션 결과다. 시와 경찰은 도심 간선도로의 통행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줄였을 때 사망·중상 교통사고가 25~40% 감소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세운다.

하지만 지금도 부산 간선도로의 평균 통행속도가 시속 50㎞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 이런 시뮬레이션을 현실에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와 경찰의 교통정책을 자문하는 한 전문가는 "만약 시뮬레이션 조건대로 부산 간선도로에서 차량이 시속 60㎞, 50㎞로 일정하게 주행할 수 있다면 정말 환상적"이라며 이 시뮬레이션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 연방 도로관리국 논문. 미국·호주의 도로 제한속도 하향이 교통사고와 연관성이 없음을 보여준다.

특히 교통안전공단 등에 제한속도 하향의 교통사고 감소 효과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곳이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시나 경찰, 공단의 자체적인 분석 없이 보험사 주도로 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도심 소통이나 물류는 고려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교통안전공단 측은 "제한속도를 하향한다고 해도 도심 소통과 물류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혁범 김영록 기자

[2014년 부산 주요 간선도로별 승용차 통행속도]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